- 지역 최대 현안 불구 어정쩡

- 동남권 관문공항 찬성하자니

- 당 지도부에 반기 드는 모양새

- 반대 땐 지역 민심 역풍 우려

- 시당 핵심 인사, 황 대표에게 

- 신중히 입장 표명해달라 주문

자유한국당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고수와 이의 폐기를 통한 동남권 신공항 추진 사이에서 복잡한 속내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김해공항 확장안 추진’(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3면 등 보도)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 한국당 부산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 부산시당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부산시를 향해 ‘국책사업을 정략적 도구화해선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황 대표의 입장과 보조를 맞춘 것인데 논평은 시당 부대변인 명의로 냈다. 지역 최대 현안인데도 김세연 시당 위원장, 김미애 수석부위원장, 이주환 수석대변인, 곽규택 대변인 등 시당 핵심 지도부의 이름은 빠졌다. 부산 한국당의 ‘신공항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공항 전선’은 한국당과 대구·경북(TK)의 김해공항 확장 대 민주당과 부산·울산·경남(PK)의 새로운 관문공항 추진으로 대립 구도가 명확해졌다. 부산 한국당 원·내외 당협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21대 총선 부산 선거에서 태풍이 될 수도, 미풍에 그칠 수도 있어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 한국당, 황교안 입장 수정 요청

그동안 한국당 부산 의원들의 표면적인 신공항 입장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가급적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해공항 확장을 공개적으로 찬성하면 과거 자신들이 주장했던 가덕도 신공항 추진 입장에 반하는 것이고, 지역 민주당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힘을 실으면 여당 시절에 결정된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당 부산 의원 대다수는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지 않지만, 변경이 어려워서 김해공항 확장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황 대표가 청와대와 민주당의 ‘동남권 관문공항’ 바람몰이에 사실상 ‘김해공항 확장 고수’로 응수하면서 부산 한국당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황 대표와 입장을 같이하면 ‘TK 편들기’로 비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하면 내년 총선 때 ‘각’이 서지 않는 데다 황 대표에 ‘반기’를 드는 모양이 된다. 이와 관련, 한국당 부산시당 핵심 인사는 18일 “황교안 대표 측에 향후 신공항 현안을 답변할 때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신중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관문공항 지원해야 명분

일단 부산 한국당은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선거에 활용하려고 지역 민심을 현혹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을 추진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밝힌 ‘예정대로 김해공항 추진’ 입장도 부산 한국당이 김해공항 백지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근거로 꼽힌다.

하지만 새로운 관문공항을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야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이른바 황 대표와의 선택적 선 긋기다. 한국당의 예상과 달리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돼도 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로 김해공항’으로 추진돼도 부산 주류 세력으로서 지역 발전에 대한 고민을 부각할 수 있다. 동시에 신공항 혼선을 초래한 민주당에 대한 공격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와 비교해 대구·경북(TK)의 반대 명분이 약해진 것도 부산 한국당이 새 공항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부울경이 대구·경북 통합공항 추진에 시비를 걸지 않고 있는 만큼 TK의 동남권 신공항 추진 방향에 대한 반발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박태우 김미희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