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방카 보좌관 4일 간 체류
- 북미 접촉 시도 가능성도

청와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자연스러운 기회에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폐막식을 계기로 한 북미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통전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이 23~26일 한국에 체류하고 북한과 미국 대표단 모두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북미 접촉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번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황 인식을 하고 갔기에 당장 뭘 만들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에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이 방남한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기회에 남북 관계 복원과 관련한 폭넓은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물론 대북 정책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조명균 장관, 국가정보원의 서훈 원장 등과 회동할 공산도 크다.

다만, 김 통전부장이 천안함 피격 사건 주동자로 알려져 국민적 반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폐회식 대표단이라고 하니 일단 그렇게 해석한다. 천안함 사건 뒤 조사를 했을 때도 그 주역이 누구였는지는 조사결과 발표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김 통전부장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며, 대한민국의 금융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 폐회식에 참석하는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일 예정이며, 이를 미국에 통보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북한 고위급대표단으로 김 통전부장 외에 대남 실세가 총출동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대표단에 포함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회담 때 북측 대표로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9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함께 고위급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한 바 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까지 대표단을 보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