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경 수사권 조정 권력남용 통제
- 법무부 탈검찰화 본연임무 집중
- 국정원은 전문정보기관 탈바꿈

- 과거 논란된 사건 진상조사 예고
- 야당에 공수처 신설 협조 요구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검사나 판사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의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하는 등 기관별로 ‘셀프 수사’를 못 하도록 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권력기관 개혁의 기본방침으로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견제와 균형에 따른 권력 남용 통제 등을 천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검경의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전환

그중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하기로 한 방침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가 선정한 100대 국정 과제 중 13번째 과제인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과 일치한다.

‘상호견제와 균형에 따른 권력 남용 통제 원칙’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녹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1차 수사를, 검찰이 2차 또는 보충적 수사를 맡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이 독점하는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청와대와 국회 사개특위의 권한 밖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기관 간 통제장치를 통해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경찰청 모습.

조 수석은 경찰 권한 분리·분산 방안을 밝히면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 행정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또 경찰대를 개혁해 특정 조직이 경찰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 “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법부의 요구를 받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에는 ‘국가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 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청와대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대공수사에서 손을 떼지만 대외 정보 관련 기능은 일절 훼손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방첩·대공 등 북한과 관련 있는 경우 서울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디에 있든 가리지 않고 정보를 취합해야 한다. 정보 취합 이후 수사·기소하려면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사원이 국정원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해 국정원 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 공은 국회 사법개혁특위로

청와대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추진하면서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과 청산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경찰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민간조사단 임용 절차를 마치는 대로 진상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며, 진상조사 대상 사건 선정을 검토 중인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대로 진상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정원은 이미 개혁발전위 산하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2012년 대선 당시의 댓글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 및 수사 의뢰 등을 마친 상황이다.

조국 수석은 이날 브리핑 말미에서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국회의 협조가 있어야 권력기관의 개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1호 공약인 공수처 신설을 담은 법안 4건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음에도 구체적인 심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권에 또 다른 칼을 쥐여줄 수는 없다”며 공수처 법안 논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야당의 협조가 없다면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이 예상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이와 관련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유지하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70%,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이 80%에 달한다”며 야당의 공수처 관련 법안 반대는 민심을 거스르는 것임을 내비쳤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권력기관 개혁 시기와 관련해 “입법 사안이라 정부의 일정을 밝히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회에서도 올해 6월까지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한다고 약속했다. 그 일정이 지켜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인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사개특위가 발족하자마자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안을 던지는 것은 사개특위를 무력화하려는 독재적이고 오만한 발상이다. 권력기관을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개악”이라고 비판해 향후 험로를 예고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