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당신에게 청탁했을때
- 어떻게 행동할지 적시해줘
- 그럼에도 어긴다면 처벌 옳아
- 타격 입은 관련 종사자들엔 죄송
- 가액기준 상향은 권익위가 할 일
- 국민들, ‘김영란법’ 지향점 알아
- 1년간 축적된 사례 잘 활용해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잘된 일인지를 묻는 지난 6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잘된 일’이라고 답했다. 오는 28일로 시행 1년을 맞는 청탁금지법을 제안한 김영란(60·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는 “법에 대한 보완 요구, 거부 반응, 저항감 등을 고려하면 청탁금지법이 애초 의도한 바의 50% 정도 부합한 것 같다. 조금만 더 불편함을 견뎌주시면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사람들이 이 법의 지향하는 바를 받아들이려 하므로 이 법의 내면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청탁금지법 1년을 평가했다. 지난달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라는 대담집을 출간, 법의 취지 등을 상세히 소개한 바 있는 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얼마 전 대담집도 출간했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청탁금지법에 대해 농담이 섞인,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도 종종 있었다. 익숙한 것을 바꾸자는 것이니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 법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갔다는 점에서는 나쁜 지적이 아니라고 본다. 시행 1년이 됐으니 사례도 많이 축적됐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우리나라 특유의 ‘정’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정을 중시하는 문화지만 거기에서 어떤 부분을 더 지켜야 하고 어떤 부분은 현대사회에 맞지 않으니 고쳐야 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우리가 지키고 널리 퍼뜨려야 할 정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게 요즘 세상에 맞다. 수사관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떡을 선물한 사례에서 ‘떡 정도야 어떤가’ 하겠지만,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분은 당연한 업무를 한 것이다. 그럴 때는 고마워도 자제하는 게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 큰 그림으로 가야 한다. ‘스승의 날에 감사의 표시도 못 하나’라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는 편법의 등장으로 청탁금지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있다.▶뇌물죄가 있어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있어도 뇌물을 주고받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고 한다. 그것을 100% 적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법이 형법과 다른 점은, 형법은 ‘뇌물을 줬을 때 징역 몇 년에 처한다’는 식인데, 이 법은 ‘당신에게 누가 돈을 가져오면 어떻게 반환해라’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방법이 있는데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벗어날 방법을 정해줬다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 법을 어기기로 작정했다면 처벌을 감수한 게 아닌가.
-청탁금지법으로 농수산업계, 특히 화훼업계의 타격이 제일 크다. 이른바 3·5·10만 원 가액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법 시행 이후 타격을 받은 농가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죄송하다. 애초 법이 통과되면 2년 뒤부터 정식 시행하면서 처벌 규정이 적용되도록 해 그 기간 준비할 완충기간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국회 통과 과정에서 1년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 기간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것 같다. 법 시행 1년간 아주 익숙해졌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물가 수준에 따라 매년 바꿀 수도 없다. 가액 기준을 상향하는 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가액 기준 상향 문제는 권익위가 할 일이라는 점이다. 권익위가 2018년까지 재검토한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 최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사건 이후 법 제정 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인 ‘금수저 방지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해충돌방지 조항 추가를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 또 청탁금지법에도 인허가 채용 등 청탁을 원칙적으로 못하게 돼 있고 청탁이 들어오면 거절하고 신고하게 돼 있다. 강원랜드 사건도 청탁금지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청탁금지법에 보면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표현이 있다. 강원랜드도 채용에 관한 고시 훈령 지침을 위반하면 부정 청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불공정에 대해 더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우리 문화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 이 법의 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부산이 고향인 김 교수는 부민초교 6학년 재학 중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동명여중,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며,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87년 부산 최초의 여성 판사로 부산에서 1년 6개월간 근무한 게 부산과의 인연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어떻게 행동할지 적시해줘
- 그럼에도 어긴다면 처벌 옳아
- 타격 입은 관련 종사자들엔 죄송
- 가액기준 상향은 권익위가 할 일
- 국민들, ‘김영란법’ 지향점 알아
- 1년간 축적된 사례 잘 활용해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잘된 일인지를 묻는 지난 6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잘된 일’이라고 답했다. 오는 28일로 시행 1년을 맞는 청탁금지법을 제안한 김영란(60·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는 “법에 대한 보완 요구, 거부 반응, 저항감 등을 고려하면 청탁금지법이 애초 의도한 바의 50% 정도 부합한 것 같다. 조금만 더 불편함을 견뎌주시면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사람들이 이 법의 지향하는 바를 받아들이려 하므로 이 법의 내면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청탁금지법 1년을 평가했다. 지난달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라는 대담집을 출간, 법의 취지 등을 상세히 소개한 바 있는 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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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19일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의 성과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용우 기자 |
▶청탁금지법에 대해 농담이 섞인,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도 종종 있었다. 익숙한 것을 바꾸자는 것이니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 법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갔다는 점에서는 나쁜 지적이 아니라고 본다. 시행 1년이 됐으니 사례도 많이 축적됐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우리나라 특유의 ‘정’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정을 중시하는 문화지만 거기에서 어떤 부분을 더 지켜야 하고 어떤 부분은 현대사회에 맞지 않으니 고쳐야 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특히 우리가 지키고 널리 퍼뜨려야 할 정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게 요즘 세상에 맞다. 수사관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떡을 선물한 사례에서 ‘떡 정도야 어떤가’ 하겠지만,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분은 당연한 업무를 한 것이다. 그럴 때는 고마워도 자제하는 게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 큰 그림으로 가야 한다. ‘스승의 날에 감사의 표시도 못 하나’라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는 편법의 등장으로 청탁금지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있다.▶뇌물죄가 있어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있어도 뇌물을 주고받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고 한다. 그것을 100% 적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법이 형법과 다른 점은, 형법은 ‘뇌물을 줬을 때 징역 몇 년에 처한다’는 식인데, 이 법은 ‘당신에게 누가 돈을 가져오면 어떻게 반환해라’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방법이 있는데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벗어날 방법을 정해줬다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 법을 어기기로 작정했다면 처벌을 감수한 게 아닌가.
-청탁금지법으로 농수산업계, 특히 화훼업계의 타격이 제일 크다. 이른바 3·5·10만 원 가액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법 시행 이후 타격을 받은 농가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죄송하다. 애초 법이 통과되면 2년 뒤부터 정식 시행하면서 처벌 규정이 적용되도록 해 그 기간 준비할 완충기간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국회 통과 과정에서 1년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 기간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것 같다. 법 시행 1년간 아주 익숙해졌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물가 수준에 따라 매년 바꿀 수도 없다. 가액 기준을 상향하는 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가액 기준 상향 문제는 권익위가 할 일이라는 점이다. 권익위가 2018년까지 재검토한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 최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사건 이후 법 제정 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인 ‘금수저 방지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해충돌방지 조항 추가를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 또 청탁금지법에도 인허가 채용 등 청탁을 원칙적으로 못하게 돼 있고 청탁이 들어오면 거절하고 신고하게 돼 있다. 강원랜드 사건도 청탁금지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청탁금지법에 보면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표현이 있다. 강원랜드도 채용에 관한 고시 훈령 지침을 위반하면 부정 청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불공정에 대해 더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우리 문화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 이 법의 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부산이 고향인 김 교수는 부민초교 6학년 재학 중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동명여중,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며,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87년 부산 최초의 여성 판사로 부산에서 1년 6개월간 근무한 게 부산과의 인연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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