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사람 중심 경제정책 설명
- 규제 완화 건의에 공감 표시도

- 삼성, 반도체 인력 수급난 호소
- 롯데 “정규직 전환 최선의 노력”
- 현대차·LG는 사드 고충 털어놔

문재인 대통령이 27, 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마련한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는 격식을 벗어나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차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칵테일 타임’을 갖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우천으로 전날 ‘호프 미팅’과 달리 본관에서 열렸고 ‘칵테일 타임’에는 소상공 수제 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의 맥주를 바탕으로 한 두 종류의 칵테일이 제공됐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임을 고려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했고, 이에 대해 기업인들이 공감을 표시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첫 대면이란 측면 상 ‘탐색전’의 성격도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서 “국정 농단이나 증세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 “정부는 경제활동 돕는 동반자”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이틀째 간담회 인사말에서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기업인들이 공유하기를 요청하며 그 목표를 이루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기를 부탁드린다. 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돕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새 정부에게는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발표했는데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사람 중심 경제를 목표로 일자리 중심, 소득 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시 이러한 점에 대해 경제와 기업에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가보니 이것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와 경제 기구의 한결같은 고민이고 화두였다. 우리나라만 특별하거나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세계의 흐름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서 초청된 기업인마다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각 기업과 경제계 동향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대화를 통해 ‘반기업이 아니냐’는 재계 일각의 우려와 오해를 털어내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기업인들도 경제정책 적극 호응

기업인들도 간담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는 뜻을 앞다퉈 내놓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그룹의 정규직 전환에 3년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화답했다. 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호준 포스코 회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협력업체와 공정거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은 대내와 경제 환경의 어려움을 문 대통령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가 인력 수급 문제에 봉착했다”고 밝혔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에게 “요즘 조선 경기가 안 좋아 고생이 많다”며 참석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는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업 활동에 필요한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완화 건의에 공감을 표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나도 공약한 게 있고 이해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꼭 필요한 규제도 잘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 앞에서 기업인들이 내놓은 애로 사항들은 거의 모두 정부의 정책 방향과 간극을 보여준 것으로 향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