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박 대통령 대상 표결
- 여야 합의에 국민적 지지
- 충돌 없이 속히 처리될 듯
- 국회 주변 시위가 변수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여야 의원들은 또다시 역사적인 선택의 기로에 섰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두 번째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 당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9일 탄핵안 표결은 여야 의원들 간 별다른 마찰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함께 웃는 2016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8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이용우 기자

멱살 잡은 2004년- 2004년 3월 12일 당시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투표를 앞두고 의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DB

■ 2004년 곳곳 몸싸움 격렬

2004년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2004년 3월 9일 오후 3시49분 유용태·홍사덕 등 159명에 의해 발의됐고,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6시27분 본회의에 보고됐다. 당시 탄핵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271명) 3분의 2인 181표였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47석에 불과했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145석)과 민주당(62석), 자유민주연합(10석) 등이 연대해 탄핵을 가결했다.

당시 절대적으로 수적 열세였던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본회의 보고 이후 탄핵안 표결을 결사적으로 저지했다. 72시간을 버텨 탄핵안 자동 폐기를 노린다는 전략 아래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당은 3월 12일 새벽 3시50분께 기습적으로 본회의장을 점령했고, 열린우리당의 철통 수비는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탄핵 찬반 의원 간 격렬한 몸싸움이 시시때때로 벌어졌으며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같은 날 오전 11시22분 개의됐고 3분 뒤 투표가 개시된 이후 30분 만인 11시56분 찬성 193표로 가결됐다.

그러나 2004년 당시에 탄핵을 주도한 야당들은 가결 이후 엄청난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이는 열린우리당의 과반 확보로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전환된 제17대 총선 결과로 이어졌다.

■ 2016년 다른 풍경 연출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 연대와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합류가 탄핵안 가결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서 9일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도 2004년 당시와 닮은꼴이다. 지금은 탄핵안 가결에 200표가 필요하고 더불어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무소속(7석)을 합치면 172표가 확보된 상태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의 가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본회의장 모습은 2004년과는 다른 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물리적 충돌 속에 본회의 보고부터 표결까지 57시간이 걸렸던 2004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9일 오후 3시 이후 진행될 표결 과정에서 별다른 몸싸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탄핵안 표결에 대해 "자유투표로 간다는 입장을 밝혔고, 본회의 표결까지 일사천리로 간다"며 "인위적으로 뭘 해볼 생각은 전혀 없다. 어떤 당론도 국회의원의 헌법적 책임과 권한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와 달리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사실상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여론이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어 여당이 탄핵안을 막으려고 물리력을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의 물리적 충돌을 금지한 국회선진화법 시행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본회의장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탄핵안 찬성 압박 행위가 벌어지면 새누리당이 본회의장 입장을 미룰 가능성은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경내에서 의원들의 자유로운 투표 행위에 지장을 초래하는 그 어떤 기도나 행위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의사일정 참여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탄핵안 표결이 오후 늦게 개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찬반으로 갈린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대거 신청해 탄핵안 처리의 부당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