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방미길에 올랐다.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관계' 속에 이뤄지는 아베 총리의 미국 순방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역량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26일부터 8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안전보장과 경제 분야를 축으로 미·일 동맹 강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특히 오는 29일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연설을 갖는다. 이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주변국 침략 문제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지를 놓고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가 29일 미 의회연설이나 오는 8월 종전 70주년 담화(아베담화)를 계기로 역사인식을 분명히 표명해 관계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브라질 방문 중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기초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아베 총리는 이미 지난 22일 반둥회의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 '사죄' 등의 언급은 애써 피해갔다. 이런 가운데 미일 양국은 아베 방미 기간중 1997년 이래 18년 만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합의해 안보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 타결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신밀월을 구가하고 있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약화될 우려가 높다.

다만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외교 실패'로 단정짓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과거사 문제를 모든 것에 우선하는 역사 원리주의적 시각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고, 국익을 우선에 두고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우리 입맛에 맞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