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등록금…등골 빠지는 대학생 <하> 적립금 쌓는 지역 사립대
등록금서 수십억씩 빼내 적립금 전환 … 재단 부담은 외면
- 감가상각비 제외하고도 등록금 인하 여력 충분
- 교직원 후생복리 위한 법정부담전입금 0원인 곳도…모자란 돈 결국 학생이 부담
부산지역 상당수 사립대학교가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서 수십억 원씩을 빼내 적립금으로 전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빼낸 적립금 가운데 대학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도 수십억 원이 남는 곳도 있어 '적립금만 풀어도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 중 일부는 수백억 원의 등록금 수입을 올리면서도 재단이 내야 하는 법정부담 전입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등록금 빼내 적립금으로
9일 본지가 부산지역 사립대 9곳의 2010 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회계에서 수십억 원을 꺼내 적립금으로 축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성대와 부산외대의 경우 등록금 수입에서 각각 150억 원, 130억 원을 꺼내 적립금으로 전환했다. 동아대 80억 원, 동서대 79억 원, 동명대 43억 원 등 나머지 5개 대학도 등록금 중 상당 부분을 적립금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관리를 위해 정부가 개정한 '사학기관의 재정·회계 규칙' 규정에 따르면 사립대는 운영 수익 차액이나 대학 시설 및 장비의 노후보수에 따른 감가상각비 범위 안에서 적립금을 둘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감가상각비의 규모는 대학마다 산정 기준이 달라 천차만별이다. 법정부담 전입금으로 8억 원을 낸 동아대는 감가상각비로 130억 원을 산정한 반면 부산외대는 27억 원을 산정했다.
문제는 사립대학이 이렇게 축적한 대부분의 적립금을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수백억 원씩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이를 활용해 재정기여를 할 방법을 찾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등록금이 적립금으로 빠져나가는 것만 줄여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산외대와 경성대는 등록금 회계전입금 가운데 감가상각비를 빼고도 103억 원, 72억 원이 남았다. 이는 학생 한 명당 1년 등록금을 각각 113만 5987만 원, 54만9240원씩을 낮출 수 있는 액수다.
■법정부담 전입금은 0원
사립대들은 법으로 정해진 법정부담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거나 면피성 투자에 그친 사실도 이번 회계자료 분석 결과 확인됐다. 오로지 등록금에만 의존해 학교를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재단이 학교 교직원의 후생복리를 위해 연금·의료보험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지가 공시자료를 통해 교비회계를 분석한 결과 9개 대학 가운데 경성대 고신대 부산외대 등 3곳은 법정부담 전입금을 한 푼도 들여오지 않았고 동명대, 부산가톨릭대 등은 연간 1억 원 미만의 전입금을 내놨다.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경성대는 960억 원의 등록금을 걷었으나 법정부담 전입금은 0원이었다. 동명대도 등록금 수익은 514억 원이었지만 법인이 낸 전입금은 7000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모자란 돈은 등록금에서 모두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학의 행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09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전국 145개 4년제 사립대학의 '2008년도 결산 재무제표 및 감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7%(111곳)가 법인이 학교에 내야 할 법정부담 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대학들은 기부금이나 투자 수익으로 학교 운영 재원을 확보하는 만큼 전체 수입에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은 30% 미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65%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의존비율이 높다는 것은 대학재정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대학이 다양한 수입원을 마련해 등록금을 애초부터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ㅛ-1>
<ㅛ-2>
# 비싼 등록금 해법은
① 정부 교부금으로 지원
② 대학 재원 다변화 노력
③ 대학 예산 운영 투명화
- 65.6%…국내 4년제 사립대 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
- 80% 이상인 대학도 38곳
최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도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연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미친 등록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대다수 대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대학의 자구노력 없이 무차별적인 세금 투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비싼 등록금의 원인으로는 사립대가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국내 대학의 교비회계 통합 자금예산서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의 수입 15조4730억 원 중 65.6%(10조1527억 원)가 등록금 수입이었다. 등록금 비중이 80% 이상인 사립대도 38곳이나 되고 전입금이나 기부금 수입이 1% 미만인 곳도 적지 않았다.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학생을 위해 사용하지 않아 등록금이 비싸진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대 적립금 규모는 2009년 결산 기준으로 6조9493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학재단들이 등록금에서 빼내 쌓아두는 적립금만 풀어도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정부가 등록금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과시켜 대학에 교부금을 배부시키는 방식이 그중 하나다.
법안에는 내국세의 8%가량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교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내국세가 128조 원인 것을 고려하면 내국세의 8%는 약 10조 원이다. 이 방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재정으로 마련하는 것이므로 추가로 세금을 걷지 않아도 시행 가능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해 탈세되고 있는 세금을 걷거나, 부자감세 정책을 원상회복시켜 세수를 확대한다면 고등교육 재정이 더욱 확대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학들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대학이 대학재원 다변화를 통해 재정확충에 힘쓰면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야 실질적인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이 예산을 합리적으로 편성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학 재정의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대학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조세 정책을 통한 세수 확보와 교과부 예산조정 등으로 교부금 충당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정부 지원이 투입되기 이전에 사립대의 뻥튀기 예산을 막기 위해 투명성과 건전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교직원 후생복리 위한 법정부담전입금 0원인 곳도…모자란 돈 결국 학생이 부담
부산지역 상당수 사립대학교가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서 수십억 원씩을 빼내 적립금으로 전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빼낸 적립금 가운데 대학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도 수십억 원이 남는 곳도 있어 '적립금만 풀어도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 중 일부는 수백억 원의 등록금 수입을 올리면서도 재단이 내야 하는 법정부담 전입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등록금 빼내 적립금으로
) |
| 9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21세기부울경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하는 초대장을 전달하기 위해 시당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
적립금 관리를 위해 정부가 개정한 '사학기관의 재정·회계 규칙' 규정에 따르면 사립대는 운영 수익 차액이나 대학 시설 및 장비의 노후보수에 따른 감가상각비 범위 안에서 적립금을 둘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감가상각비의 규모는 대학마다 산정 기준이 달라 천차만별이다. 법정부담 전입금으로 8억 원을 낸 동아대는 감가상각비로 130억 원을 산정한 반면 부산외대는 27억 원을 산정했다.
문제는 사립대학이 이렇게 축적한 대부분의 적립금을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수백억 원씩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이를 활용해 재정기여를 할 방법을 찾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등록금이 적립금으로 빠져나가는 것만 줄여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산외대와 경성대는 등록금 회계전입금 가운데 감가상각비를 빼고도 103억 원, 72억 원이 남았다. 이는 학생 한 명당 1년 등록금을 각각 113만 5987만 원, 54만9240원씩을 낮출 수 있는 액수다.
■법정부담 전입금은 0원
사립대들은 법으로 정해진 법정부담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거나 면피성 투자에 그친 사실도 이번 회계자료 분석 결과 확인됐다. 오로지 등록금에만 의존해 학교를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재단이 학교 교직원의 후생복리를 위해 연금·의료보험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지가 공시자료를 통해 교비회계를 분석한 결과 9개 대학 가운데 경성대 고신대 부산외대 등 3곳은 법정부담 전입금을 한 푼도 들여오지 않았고 동명대, 부산가톨릭대 등은 연간 1억 원 미만의 전입금을 내놨다.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경성대는 960억 원의 등록금을 걷었으나 법정부담 전입금은 0원이었다. 동명대도 등록금 수익은 514억 원이었지만 법인이 낸 전입금은 7000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모자란 돈은 등록금에서 모두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학의 행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09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전국 145개 4년제 사립대학의 '2008년도 결산 재무제표 및 감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7%(111곳)가 법인이 학교에 내야 할 법정부담 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대학들은 기부금이나 투자 수익으로 학교 운영 재원을 확보하는 만큼 전체 수입에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은 30% 미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65%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의존비율이 높다는 것은 대학재정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대학이 다양한 수입원을 마련해 등록금을 애초부터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ㅛ-1>
<ㅛ-2>
# 비싼 등록금 해법은
① 정부 교부금으로 지원
② 대학 재원 다변화 노력
③ 대학 예산 운영 투명화
- 65.6%…국내 4년제 사립대 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
- 80% 이상인 대학도 38곳
최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도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연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미친 등록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대다수 대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대학의 자구노력 없이 무차별적인 세금 투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비싼 등록금의 원인으로는 사립대가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국내 대학의 교비회계 통합 자금예산서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의 수입 15조4730억 원 중 65.6%(10조1527억 원)가 등록금 수입이었다. 등록금 비중이 80% 이상인 사립대도 38곳이나 되고 전입금이나 기부금 수입이 1% 미만인 곳도 적지 않았다.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학생을 위해 사용하지 않아 등록금이 비싸진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대 적립금 규모는 2009년 결산 기준으로 6조9493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학재단들이 등록금에서 빼내 쌓아두는 적립금만 풀어도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정부가 등록금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과시켜 대학에 교부금을 배부시키는 방식이 그중 하나다.
법안에는 내국세의 8%가량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교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내국세가 128조 원인 것을 고려하면 내국세의 8%는 약 10조 원이다. 이 방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재정으로 마련하는 것이므로 추가로 세금을 걷지 않아도 시행 가능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해 탈세되고 있는 세금을 걷거나, 부자감세 정책을 원상회복시켜 세수를 확대한다면 고등교육 재정이 더욱 확대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학들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대학이 대학재원 다변화를 통해 재정확충에 힘쓰면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야 실질적인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이 예산을 합리적으로 편성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학 재정의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대학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조세 정책을 통한 세수 확보와 교과부 예산조정 등으로 교부금 충당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정부 지원이 투입되기 이전에 사립대의 뻥튀기 예산을 막기 위해 투명성과 건전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
|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