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타스틱 마켓’·‘만면의 미소’ 준비
- 부산의 이야기 새 시선으로 풀어야
- 지역 대학생 현장 경험 기회 제공

“부산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낼 젊은 기획자가 더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최윤형 시선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선커뮤니케이션 최윤형(50) 대표는 지역에서는 ‘빵친자’(빵에 미친 자)로 유명하다.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획해 온 그는 남천동의 빵집 정보를 담은 ‘빵천동 지도’, 수영구 골목 맛집과 카페를 소개한 책자 ‘수영口(구)’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지난 4월부터는 빵을 매개로 지역 상권과 협업한 골목 축제 ‘빵타스틱 마켓’을 분기마다 개최하고 있다.

지난 9일 최 대표와 만난 장소는 앞서 1~3회 빵타스틱 마켓이 열렸던 수영구 남천동의 골프연습장 에브리싱글 골프앤라이프였다. 그는 “단순히 빵을 판매하는 자리가 아닌 빵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며 “참여자들과 시민의 긍정적인 반응에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대학에 진학하며 상경한 뒤 줄곧 수도권의 광고 회사에서 기업 브랜딩과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결혼을 계기로 2012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지만 기업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해오던 업무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자연스레 그의 관심은 ‘기업’에서 ‘지역’과 ‘사람’으로 옮겨갔다. 부산이 가진 풍부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인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부산에는 기업은 없었지만 수많은 이야기와 사람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해왔던 것처럼 이 이야기들을 각각의 브랜드로 풀어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이후 최 대표는 지역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빵천동 프로젝트를 비롯해 영도의 풍경과 사람을 조명한 잡지 ‘비밀영도’, 영도 봉래동의 일상을 담은 소식지 ‘봉래방’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수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태프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영화 속 음식을 지역 식당이 재현하는 행사 ‘부귀영화-로: Scene to Table’도 선보였다.

올해가 겨우 두 달여 남은 시점이지만 그는 연일 부지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20회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 다음 달 15일에는 제4회 빵타스틱 마켓을 열고, 연말에는 만두와 면 요리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파티 ‘만면의 미소’도 준비 중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며 그는 뿌듯함과 동시에 아쉬움도 느낀다고 했다. 10여 년 전 본인이 문화기획 일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여전히 문화 기획자나 축제 스태프를 꿈꾸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최 대표는 향후 신진 기획자들이 더 안정적으로 현장에 진입하고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빵타스틱 마켓에 지역 대학생들을 참여시켜 문화기획의 일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래의 기획자 양성을 위한 작은 시도였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선발해 교육하고 인재로 키우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잖아요. 반면 문화기획 분야는 진입 자체가 막막할 정도로 체계가 부족해요. 지금까지는 지역에 남길 콘텐츠를 고민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와 함께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을 남기는 데 집중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