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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영의 '사람&세상' <12> 극한기후 세계적 학자 하경자 부산대 교수

“부산 현실이 된 시간당 100㎜ 폭우 … 구도심 방재 인프라 개선해야”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 2021.06.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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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고수온 등 복합 작용
- 예측 어려운 국지성 호우 늘 듯
- 市 위험지도 만들어 사전 대비
- 중장기 기후 예측·연구 강화를

- 이산화탄소 200년 정도 지속
- 탄소 중립 되더라도 기후변화
- 과학기술로 지구 회복력 보조
- 미래 너무 불안해 할 필요 없어

-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절실
- R&D 투자 최소 배로 올려야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인류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문제다. 더욱이 그 피해와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나라의 긴 장마와 폭우는 역대급 중 하나였다. 올 여름철에는 기후 양상이 또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장인 하경자 교수가 금정구 장전캠퍼스 내 IBS(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ICCP) 사무실에서 태평양 일대 해수온 및 엘니뇨 분포 등이 표현된 그림자료를 들고 기후변화 추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대 하경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겸 기후과학연구소장은 이 분야에서 이름난 과학자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기상학회’의 차기(내년) 회장으로 선출돼 있고, 현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문재인 정부 3기)의 자문위원 중 한 명이다. 국내 기후과학자로서 이 기구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의 중점 연구분야는 장기적인 기후변화 예측, 폭염·폭우 같은 극한기후, 그 원인 규명 등이다. 특히 2018년 7월에는 동아시아 집중 폭우의 메커니즘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이 당시 일본 서남부 지역의 기록적인 폭우 참사(219명 사망)와 맞물리면서 국제학술지의 표지로 장식돼 주목받았다.

“올해도 우리나라의 극한기후 상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말 대비를 잘해야 하겠습니다.”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하 교수는 올 여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특이할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올해 태평향의 엘니뇨 자체를 보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는 중립이나, 우리나라 해역은 엄청 따뜻할 것으로 나왔다. 해수온이 높으면 많은 수증기를 내뿜고, 대기가 상당한 수증기를 갖게 된다. 여기에다 찬 공기가 내려오면 수증기가 더 잘 올라간다. 그런 요인들이 결합해 비가 많이 내릴(폭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전반적인 것이고, (특정) 좁은 지역의 기후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과거에 비해 폭우 양상이 어떤가.

▶종전에는 많아야 시간당 80㎜였는데, 요즘은 시간당 100㎜나 그 이상도 쏟아질 수 있다. 보통 폭우의 정의는 하루에 150㎜가 내리는 것인데, 이제는 그것보다 시간당 강우(강우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더 심각한 사안이다.

-올해 부산지역은 어떻게 예상하나.

▶폭염의 경우 내륙보다는 리스크가 적을 것 같다. 해양 영향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열대야 발생이 적을 거라는 뜻은 아니다. 아무래도 부산은 폭우가 가장 걱정스럽다. 내륙이나 산악지대에 비해서는 덜할 수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고, 태풍의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부산의 지형상 산지(경사지)가 많은 점, 집과 구조물이 밀집한 저지대가 산재해 있는 점, 그리고 방재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부산시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신도시보다 구도심에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해 방지를 위해서는 구도심의 인프라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들을 박형준 부산시장님에게 얘기했어요. 제가 이번에 부산시과학기술진흥위원으로 신규 위촉된 만큼, 시에 많이 조언해야죠. 예를 들어 2030년과 2050년 등의 기후예측 자료를 전달하고 대비책을 주문할 생각입니다.”

-특히 구도심 지역의 스마트화 부분에 공감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겠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폭우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과학적 예측치를 갖고 있으니 그걸 충분히 이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위험지도를 세부적으로 만들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폭우가 예측되면 저지대 출입을 막아야 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적어도 (도시) 안전에 관한 것은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산시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24절기’도 바뀌는 추세다. 최근 발표된 기상청의 109년간(2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결과를 보면, 이 기간에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이나 짧아졌다. 또 강우량은 늘고, 강수일수는 줄었다.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과거에 정의했던 계절이나 여름 등의 기준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은 전 지구에 비해 1.5배 이상 크고, 계절변화도 큰 편이다. 우리나라는 장기적 변화가 있지만, 3~4년 주기나 해마다 변화가 크기 때문에 매년 예측도 중요하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많으면 초강력 태풍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기후물리연구단의 예측이 그렇다. 해수온이 상승하면 더 많은 에너지와 수증기를 갖게 돼 더욱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한 ‘2050년 탄소 중립’이 글로벌 과제다.

▶미래 기후예측에서 탄소 배출이 낮아지면 극한기후도 훨씬 적게 나타난다. 어떻게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하 교수는 탄소 중립(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되더라도 기후변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200년 정도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한기후도 발생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예정돼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기후재앙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 회복력이란 것도 있다. 인간에 의해 그 회복력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회복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로 막아내야 하고,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미래 세대를 걱정해 대처하듯이, 미래 세대가 그 다음 세대를 걱정해 대응해 나가면 희망이 있다.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후과학자 1000명’을 선정(미국이 293명으로 최다 기록)했는데, 국내에서는 12명(한국인 11명)이 포함됐다. 이들 중 부산대 소속이 악셀 팀머만 석학교수와 하 교수, 이준이 교수 3명으로 가장 많다. 이 결과로 부산대는 기후과학 분야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국가기관인 IBS(기초과학연구원)의 기후물리연구단이 4년 전 부산대에 온 영항이 크다. 이들 3명이 모두 연구단 소속이다. IBS의 31개 연구단 중 지구과학 쪽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 세계적 석학인 팀머만을 단장으로 영입하고, 연구단을 부산에 유치한 데에는 하 교수의 노력이 컸다는 평가다.

-세계 1000명 중 국내 12명은 너무 적지 않느냐는 생각도 드는데.

▶이런 결과는 그 나라의 R&D 수준과 유사하다고 본다. 우리의 연구비 투자 규모로 따지면, 12명도 적은 수준이 아니다. 국가 R&D비용 중 기후 쪽은 아주 작다. 특히 기후 분야 전체로 봤을 때 완화(에너지), 적응(공학) 이외 기후과학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그래서 제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때)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기후과학을 이렇게 홀대해서 되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 비중이 20%에 이른다. 우리는 지금보다 최소 배 높여야 한다. 그리고 기후를 전담하는 부처가 있어야 한다. 기상청이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 점에서 과학기술자문위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많은 분이 기후 분야에 참여하고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 교수는 우리의 젊은 기후과학자 그룹이 많이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자신도 내년부터 한국기상학회장으로서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열정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구시영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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