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가덕신공항 공사 임박, 유적·삶터 훼손 불가피역사·사회적 기억 필요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2026.10.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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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숍은 부산비엔날레 출품작가인 이동근의 사진·기록물 작품과 연계돼 개최됐다. 옛 부산남고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작품은 한국 가덕도, 대만 금문도, 일본 오키나와 등 ‘전쟁’을 상징하는 세 섬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며 생명과 평화, 연대를 이야기한다. 금문도(양안 군사적 긴장)와 오키나와(미군기지 갈등)는 현재진행형인 충돌을, 가덕도는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왜변,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전초기지이자 방어막의 주요 무대였던 만큼 과거의 분쟁을 대변한다. 이런 연유로 가덕도는 ‘다크 투어리즘(전쟁·수탈의 과거를 되새기는 역사교훈여행)’의 대명사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음악제가 열린 외양포 포진지는 가덕도 다크 투어리즘의 핵심 유적지다. 1904년 러일전쟁 때 일본군이 ‘진해만 요새 사령부’를 세워 태평양전쟁 말기까지 군사거점으로 활용한 곳이다. 포진지에는 엄폐막사 2개소와 탄약고 3곳, 탄약고 사이사이 지름 3m가량 포좌를 만들어 총 6문의 280㎜ 유탄포를 배치한 흔적이 남아 있다. 포진지 뒤로 가면 32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일본군이 원주민을 쫓아내고 사령관실과 병사, 무기고로 썼다가 해방되자 주민이 돌아와 삶을 이어온 공간이다. 마을에 남은 우물과 공동목욕탕, 적산가옥은 아픈 식민지 주둔의 역사를 증언한다. 포진지에서 출발해 맞은편 산길을 올라가면 일제가 군사시설로 활용한 국수봉 포진지 관측소(해발 250m)와 산악보루가 나온다. ‘외양포 포대와 말길’이라 불리는 이 일대는 120여 년 전 개설 때 원형 그대로여서 산림청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당시 석축 기술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건설 노동에 강제동원된 우리 민족의 아픔이 서렸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인근 대항항 해안 절벽에는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진해만 방어를 위해 만든 인공동굴이 있다.
이르면 내달부터 가덕도신공항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이들 유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섬 남부 상당 부분이 신공항 예정부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화재 지표·발굴조사에서 역사적 가치를 평가받으면 기록·이전 보존 정도는 될 수 있겠으나, 원형 그대로 유지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근대역사 현장만 멸실되는 게 아니다. 여기 주민은 80년 삶터를 잃고 강제이주된다. ‘여기서 나가면 뭐 먹고살아야 할지, 바다만 나가도 배부른데…’. 부산남고 전시장에서 상영 중인 영상작 속 가덕도 주민의 하소연이 이곳까지 메아리친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면서 가덕도 자연 지형 역시 크게 바뀐다. 이 일대 24만 ㎡ 규모의 ‘백 년 숲’ 동백군락지가 없어지고, 울새 참새 종다리 상괭이 수달 등 서식종도 갈 곳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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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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