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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未詳)’의 사전적 의미는 확실하거나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아도 대략, 누구나 상식을 갖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나 현상을 ‘미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지난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합동참모본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미상의 폭발 사고’라고 발표했다. 수색로 개척작전을 하던 10명 가운데 수색대대장(중령)이 발목 절단이라는 중상을 입었고 2명의 간부가 부상했다.
최근 북한이 DMZ 내에 신규 지뢰를 매설하는 등 국경 요새화 작업을 벌여온 정황이 수 차례 보도되고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언론이 이에 대해 집중 질의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상의 폭발’은 지뢰 폭발 사고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군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미상이라는 표현을 쓴 점이다. 그 지뢰가 북한의 지뢰인지, 도발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는 군의 정밀 조사를 통해 밝히면 될 일이다.미상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것은 문재인 정부다.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때 ‘미상의 발사체’라는 공식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사실을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인지하는 상황에서도 미상과 발사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의 도발행위의 불법성을 희석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한 신중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북 관계와 북한의 국제사회 제재 등을 의식한 정치적 표현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 때는 ‘미상의 탄도미사일’로 표현하며 미상 발사체 표현을 폐기했고, 이재명 정부 들어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조선시대 작품이 권력의 눈치 때문에 미상이라는 방패 뒤에 숨었다면 지금 국방부가 사용하는 미상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묻는다.
윤정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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