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2023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는 연간 405잔으로 세계 평균(152잔)의 세 배에 가깝다. 커피가 생필품이 되면서 일회용컵 사용량도 늘어났다.

우리나라 일회용컵 사용량은 연간 33억 개, 1인당 65개로 추정된다. 종이컵이라고 하나 음식물이 담기는 용기 안쪽이 플라스틱으로 코팅 처리돼 재활용이 쉽지 않다. 회수되는 양도 적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일회용컵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이유다.

일회용컵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여러 번 시행됐다. 환경부는 2002년 패스트푸드 7개 업체, 커피전문점 24개 업체와 협약하고 일회용컵 보증제를 실시했으나, 2008년 3월 폐지됐다. 당시 컵 회수율이 37% 수준에 머물렀다.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은 업체 수익으로 돌아가는 문제도 지적됐다. 문재인 정부 때 다시 ‘일회용컵 보증제’가 부활됐다.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을 경우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점주와 소비자 모두 불편하다는 목소리를 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유명무실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회용컵 유상 판매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텀블러 사용을 늘리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컵 가격은 100~200원을 최저선으로 설정하되, 실제 금액은 각 매장이 자율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회용 빨대는 요청하지 않는 한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기후부는 컵 가격을 별도로 구분해 표시하겠다는 것이지 컵값을 추가로 받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후부 설명대로 컵값을 추가 지불하는 게 아니라면 음료값이 낮아져야 하는데 이럴 가능성은 없다. 컵값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제도 시행에 맞춰 물가상승 등을 원인으로 컵값만큼 음료값을 인상할 우려가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이재명 발(發) 커피 인플레이션”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대형 카페 브랜드는 텀블러를 들고 오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 정도 할인으로 소비자의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은 필요하다. 소비자 공감을 얻지 못하면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두 차례 환경정책이 유명무실화한 원인이다. 기후부는 이런 우려를 없앨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23일 내놓길 바란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