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돈 3프랑 정도면 우리 마을에서는 참외 200개를 살 수 있고 실어다 주는 삯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제가 순박한 교우들과 아이들에게 한턱 내는 적이 있는데 그러면 저마다 참외를 맛있게 먹어치웁니다. 서로 누가 잘 먹나 시합이나 하듯 참외 200개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 즐겁습니다. 아이들만 얼굴을 파묻고 와작와작 소리를 내며 기막히게 잘 먹어대는 건 아닙니다. 부모님의 아들은 거기에 끼어들지 않고 점잖게 바라만 보고 있으리라 생각하시는지요? 그럴 리 있겠습니까. 우리는 또 더러는 옥수수를 맛있게 먹기도 합니다. 조선에서는 굵은 이삭을 통째로 쪄서 수다를 떨며 먹곤 하지요. 저도 이미 오래 전에 그 경력에 첫발을 내디딘 터라 그들의 간식을 기꺼운 마음으로 나누곤 합니다. 우리의 모임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가끔은 밭에서 노래자랑 시간을 갖는데,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를 떠나서 그 시간은 항상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박수치는 청중도 있고, 유럽의 플루트와 같은 퉁소나 갈대피리 따위의 악기로 노래 솜씨에 맞추어 반주를 해주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매력적인 오락시간에 부모님이 함께 하셨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엔 부모님이 이해하시기에 힘든 매력이 있거든요. 우리는 실개천가로 나갈 때도 있어요.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시(詩)적입니다.’
이 글은 1850년 즈음 우리의 생활상을 성 마리 니콜라 앙토안 다블뤼(한국명 안돈이) 주교가 프랑스에 거주하는 부모님께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는 조선에 입국하기 위해 1845년 8월 초 상해로 가서 8월 17일 금가항(金家巷) 성당에서 거행된 김대건(안드레아)의 사제 서품식에 참석한 후, 김 신부와 함께 10월 12일 충남 강경 부근 황산포에 상륙했다. 이때부터 1866년 3월 순교하기까지 21년 동안 그는 당시 가장 오랫동안 조선에서 활동한 선교사가 되었으며, 아울러 조선의 언어와 풍습에도 능통하게 되었다. 그때 그가 바라본 조선인은 편지 내용과 같이 대식가이면서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서세동점의 시대 우리를 지키기 어려운 이때, 우리를 위해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이라고는 하지만 그 자신의 나라보다 우리나라를 더 사랑한 푸른 눈의 조선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호머 헐버트는 대한제국이 망하고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사심 없이 나섰던 인물이고 고종이 깊이 신뢰한 사람이었다. “나는 웨스트민스터보다 한국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고 한 푸른 눈의 이방인. 그가 쓴 책 ‘대한제국멸망사’에 ‘한국인은 두 가지의 성격이 조화돼 합리적인 이상주의자가 되었다. 한국인을 피상적으로 관찰함으로 낭비적인 습성이나 안일한 생활양식이나 소심한 사고방식만을 본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한 나의 판단이 한국인에게 아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성격을 깊이 깨달아 피상적인 관찰과는 다른 입장에서 한국인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그들에게는 합리주의적 기질과 감정이 가장 알맞게 조화되어 있음을 알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한국인의 이와 같은 조화는 앵글로 색슨족의 그것과 꼭 같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인에게는 냉정과 정열이 함께 갖추어져 있다. 평온 속에서 냉정을 잃지 않을 수 있으며 격노할 줄도 안다. 앵글로 색슨 민족이 그토록 강인한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의 상이하면서도 모순되지 않는 기질이 융합된 까닭이다.’ 그는 한국인을 합리적인 이상주의자이며, 냉정과 정열을 갖춘 앵글로 색슨족에 비교했다. 중국인 일본인과 달리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썼다. 마치 한류를 예감한 듯이 말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모습, 이것이 오늘날 독창적으로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의 원동력이 아닐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우리 선조들의 들놀음(야류·野遊)은 힘든 노동 중간에 활력을 불어 넣는, 그냥 노는 게 아니라 노동이 결합된 놀음, 놀이와 노동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재미가 없는, 그리고 평온 속에서 냉정을 잃지 않으며 격노할 줄 아는 우리 민족의 특성이 피로 얼룩진 여느 혁명과 다르게 피 흘리지 않으며 혁명을, 밝음의 혁명을 이끌어낸 것이고 그것이 K-컬처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는 까닭이 아닐까.
이 글은 1850년 즈음 우리의 생활상을 성 마리 니콜라 앙토안 다블뤼(한국명 안돈이) 주교가 프랑스에 거주하는 부모님께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는 조선에 입국하기 위해 1845년 8월 초 상해로 가서 8월 17일 금가항(金家巷) 성당에서 거행된 김대건(안드레아)의 사제 서품식에 참석한 후, 김 신부와 함께 10월 12일 충남 강경 부근 황산포에 상륙했다. 이때부터 1866년 3월 순교하기까지 21년 동안 그는 당시 가장 오랫동안 조선에서 활동한 선교사가 되었으며, 아울러 조선의 언어와 풍습에도 능통하게 되었다. 그때 그가 바라본 조선인은 편지 내용과 같이 대식가이면서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서세동점의 시대 우리를 지키기 어려운 이때, 우리를 위해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이라고는 하지만 그 자신의 나라보다 우리나라를 더 사랑한 푸른 눈의 조선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호머 헐버트는 대한제국이 망하고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사심 없이 나섰던 인물이고 고종이 깊이 신뢰한 사람이었다. “나는 웨스트민스터보다 한국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고 한 푸른 눈의 이방인. 그가 쓴 책 ‘대한제국멸망사’에 ‘한국인은 두 가지의 성격이 조화돼 합리적인 이상주의자가 되었다. 한국인을 피상적으로 관찰함으로 낭비적인 습성이나 안일한 생활양식이나 소심한 사고방식만을 본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한 나의 판단이 한국인에게 아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성격을 깊이 깨달아 피상적인 관찰과는 다른 입장에서 한국인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그들에게는 합리주의적 기질과 감정이 가장 알맞게 조화되어 있음을 알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한국인의 이와 같은 조화는 앵글로 색슨족의 그것과 꼭 같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인에게는 냉정과 정열이 함께 갖추어져 있다. 평온 속에서 냉정을 잃지 않을 수 있으며 격노할 줄도 안다. 앵글로 색슨 민족이 그토록 강인한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의 상이하면서도 모순되지 않는 기질이 융합된 까닭이다.’ 그는 한국인을 합리적인 이상주의자이며, 냉정과 정열을 갖춘 앵글로 색슨족에 비교했다. 중국인 일본인과 달리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썼다. 마치 한류를 예감한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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