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터져 나올 때가 있다. 나의 경우 그런 순간의 대부분이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처럼 보이던 어떤 일이,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한 것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깨닫는 때이다. 최근에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보다 한 대사를 마주한 순간이 바로 그런 때였다. 극중 ‘상월’은 글자를 읽지 못한다. 고아에 가난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늘 구박받고 무시당하고 버림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책을 읽어주며 곁을 지키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마저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자 ‘상월’은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 그런 상월에게 친구는 죽기 전 이 말을 남겼다. “오래 걸리더라도 꼭, 너를 읽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
너를 읽어주는 사람. 그 대사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고등학생 사망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유서를 남겼다고 했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었고, 주변 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 아이들의 삶을 읽지 못해서, 그들이 유서를 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부담감이 버티고 견디기 도무지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그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우리에게 읽어 달라 요청한 것이 아닐까.
해당 학교의 재단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죽음이 너무 많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매년 초중고 학생 자살 사망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자살이 10대 사망 원인의 1위가 된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모두 다 학업 때문은 아니겠지만, 학업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함을 경험한 학생은 47.3%(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2)나 된다. 이 지독하고 잔인하며 절망적인 입시 시스템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야 끝날 것인가.
아이들의 삶을 읽어 준다면, 그 간단하고 당연한 것을 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을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상상력의 영역이다. 눈앞에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인간의 특별한 능력, ‘읽기’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르고, 영화를 읽으면 장면들 속 숨어있는 의미들을 찾게 된다. 사람을 읽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선택을 이해하게 되고, 그 삶을 존중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했던 능력 ‘읽기’는 인간을 인간이게 해왔고, 인간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 지금의 입시 위주 교육이 잘못된 것은 무엇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오직 점수로 환산되는 보이는 것만 중요시하게 해서, 그 어떤 생각도 멈추게 한다. 생각이 멈추니 시험을 통한 경쟁은 공정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성과는 오직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믿음에 스스로를 옭아맨다. 대학교만 잘 가면 된다는 성과중심적 사고는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게 하고, 서로를 오해하고 경계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는 자식에게 적어도 남들만큼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자식은 부모님께 받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혹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냉정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게 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며, 누구보다 공감해야 할 친구를 경쟁 상대로 바라보게 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그 무엇도 읽지 못한 채, 서로의 힘듦과 아픔을 애써 외면하고 등진다.
드라마 속 상월이 고통으로 가득한 삶임에도 꿋꿋이 살아낸 것은 친구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너를 읽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읽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이 아니라, 읽기를 가르치는 교육을 이제는 제발 시작해야 한다. 읽는 능력은 언젠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 아니, 우리 모두를 살릴 수 있다.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계절을 읽고, 사람을 읽으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자.
너를 읽어주는 사람. 그 대사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고등학생 사망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유서를 남겼다고 했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었고, 주변 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 아이들의 삶을 읽지 못해서, 그들이 유서를 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부담감이 버티고 견디기 도무지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그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우리에게 읽어 달라 요청한 것이 아닐까.
해당 학교의 재단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죽음이 너무 많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매년 초중고 학생 자살 사망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자살이 10대 사망 원인의 1위가 된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모두 다 학업 때문은 아니겠지만, 학업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함을 경험한 학생은 47.3%(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2)나 된다. 이 지독하고 잔인하며 절망적인 입시 시스템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야 끝날 것인가.
아이들의 삶을 읽어 준다면, 그 간단하고 당연한 것을 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을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상상력의 영역이다. 눈앞에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인간의 특별한 능력, ‘읽기’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르고, 영화를 읽으면 장면들 속 숨어있는 의미들을 찾게 된다. 사람을 읽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선택을 이해하게 되고, 그 삶을 존중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했던 능력 ‘읽기’는 인간을 인간이게 해왔고, 인간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 지금의 입시 위주 교육이 잘못된 것은 무엇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오직 점수로 환산되는 보이는 것만 중요시하게 해서, 그 어떤 생각도 멈추게 한다. 생각이 멈추니 시험을 통한 경쟁은 공정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성과는 오직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믿음에 스스로를 옭아맨다. 대학교만 잘 가면 된다는 성과중심적 사고는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게 하고, 서로를 오해하고 경계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는 자식에게 적어도 남들만큼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자식은 부모님께 받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혹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냉정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게 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며, 누구보다 공감해야 할 친구를 경쟁 상대로 바라보게 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그 무엇도 읽지 못한 채, 서로의 힘듦과 아픔을 애써 외면하고 등진다.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