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시민과 공화주의
군주제 뛰어넘은 3·1운동, 상하이 임정 수립 이어져4월 11일 기념일로 지정…헌정 작동 의미 되새겨야
이홍규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지난해 말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발동 이후 4개월 동안의 혼란했던 정국이 헌법재판소의 4월 4일 대통령 파면 선고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간 서부지법 폭력 사태 등 우려스런 일도 발생했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였던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 이후에는 다행히도 큰 불상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시민의 질서있는 정치참여가 가장 돋보였다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시민’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것은 언제일까? 독립 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모태이자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된 1948년 5·10선거가 그 시작일까? 아니면 아시아 최초의 민주주의 ‘시민혁명’으로 주권자로서 시민의 정치적 힘을 확인하는 사건이었던 1960년 4·19혁명이 그 시작일까? 그것도 아니면 시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된 1987년 6·10민주화운동 이후가 진정으로 ‘시민’이 정치적으로 등장한 시기일까?
근대적 주체인 ‘시민’이란 개인의 욕망과 자유를 중시하는 사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가 요구하는 정치적 책임을 자각한 공적 존재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존재이다. 즉 모든 ‘시민’은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가진 존재이되 주권자로서 평등하게 국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민주공화제 체제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역사에서는 민주공화제 국가를 향한 시민권 운동의 첫걸음은 독립운동이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시민’이 주권자가 되기 위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것은 민주공화제 국가 수립을 위한 독립운동에 나섰던 1919년 3·1 운동이 되는 셈이다.
사실 한반도에서 시민의 권리를 요구한 근대적 자주민권운동이 전개된 것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결성된 독립협회가 자주민권운동을 주창해 전제군주제를 입헌군주제로 개혁하고자 하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시민권 구현의 정치체제인 공화주의 체제로 나아가자는 주장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1910년 한일병탄 이후 한국인들이 다양한 독립운동을 통해 세우고자 했던 체제는 민주공화국이었으며 3·1 운동이 그러한 요구가 결집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난 11일, 이날이 무슨 날인지 학생들에게 퀴즈를 냈지만 제대로 맞히는 학생이 없었다. 그렇다. 4월 11일은 1919년 민주공화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형태였지만 처음으로 등장한 날로, 바로 3·1 독립운동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요구들이 그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실제로 3·1 독립운동 참여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으며 이전까지 천대받던 천민들이나 기생들도 똑같이 참여해 대한 독립을 외쳤다. 그래서 역사학자 김정인은 그의 책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민족주의적 저항으로서의 의미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향한 지향의 성격을 강조한 바 있다. 즉, 독립운동은 사실상 민주공화제 운동이었던 만큼 대한제국의 복원 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보면 3·1운동을 통해 한국인들은 근대국가 수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후 임시정부를 통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의 민주정치를 구상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최초로 보인 공화주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공화의 정신을 담은 헌법 체계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이에 따라 정부를 운영한 점이다. 즉, ‘헌정’이 작동된 것이다. 실제로 당시 임시정부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은 당시 미국에 있던 구미위원부 위원장 김규식과 공동으로 ‘대한공화국헌법요강’을 발표하는데 그 주요 내용을 보면 국체를 공화제로 하고 정치체제는 의회주의 형식을 취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또한 귀족계급의 특권을 폐지할 것을 주창하기도 하여 보편적 시민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독립운동 목표와 지향에서 시대적 대세는 공화주의가 되었기 때문에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채택한 임시헌장 제1조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란 내용이 명문화되었고 자유인으로서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 오는 6월 3일로 정해졌다. 차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시민이 공화주의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아시아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힘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온 대표적인 나라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공고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시민’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것은 언제일까? 독립 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모태이자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된 1948년 5·10선거가 그 시작일까? 아니면 아시아 최초의 민주주의 ‘시민혁명’으로 주권자로서 시민의 정치적 힘을 확인하는 사건이었던 1960년 4·19혁명이 그 시작일까? 그것도 아니면 시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된 1987년 6·10민주화운동 이후가 진정으로 ‘시민’이 정치적으로 등장한 시기일까?
근대적 주체인 ‘시민’이란 개인의 욕망과 자유를 중시하는 사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가 요구하는 정치적 책임을 자각한 공적 존재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존재이다. 즉 모든 ‘시민’은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가진 존재이되 주권자로서 평등하게 국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민주공화제 체제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역사에서는 민주공화제 국가를 향한 시민권 운동의 첫걸음은 독립운동이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시민’이 주권자가 되기 위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것은 민주공화제 국가 수립을 위한 독립운동에 나섰던 1919년 3·1 운동이 되는 셈이다.
사실 한반도에서 시민의 권리를 요구한 근대적 자주민권운동이 전개된 것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결성된 독립협회가 자주민권운동을 주창해 전제군주제를 입헌군주제로 개혁하고자 하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시민권 구현의 정치체제인 공화주의 체제로 나아가자는 주장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1910년 한일병탄 이후 한국인들이 다양한 독립운동을 통해 세우고자 했던 체제는 민주공화국이었으며 3·1 운동이 그러한 요구가 결집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난 11일, 이날이 무슨 날인지 학생들에게 퀴즈를 냈지만 제대로 맞히는 학생이 없었다. 그렇다. 4월 11일은 1919년 민주공화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형태였지만 처음으로 등장한 날로, 바로 3·1 독립운동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요구들이 그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실제로 3·1 독립운동 참여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으며 이전까지 천대받던 천민들이나 기생들도 똑같이 참여해 대한 독립을 외쳤다. 그래서 역사학자 김정인은 그의 책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민족주의적 저항으로서의 의미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향한 지향의 성격을 강조한 바 있다. 즉, 독립운동은 사실상 민주공화제 운동이었던 만큼 대한제국의 복원 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보면 3·1운동을 통해 한국인들은 근대국가 수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후 임시정부를 통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의 민주정치를 구상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최초로 보인 공화주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공화의 정신을 담은 헌법 체계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이에 따라 정부를 운영한 점이다. 즉, ‘헌정’이 작동된 것이다. 실제로 당시 임시정부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은 당시 미국에 있던 구미위원부 위원장 김규식과 공동으로 ‘대한공화국헌법요강’을 발표하는데 그 주요 내용을 보면 국체를 공화제로 하고 정치체제는 의회주의 형식을 취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또한 귀족계급의 특권을 폐지할 것을 주창하기도 하여 보편적 시민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독립운동 목표와 지향에서 시대적 대세는 공화주의가 되었기 때문에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채택한 임시헌장 제1조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란 내용이 명문화되었고 자유인으로서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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