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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부산은 많은 영화인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해운대’ ‘국제시장’ ‘범죄와의 전쟁’ ‘친구’ ‘변호인’ 등 부산에서 실제 촬영된 영화는 수십 편에 이른다. 성과도 아주 좋다. 이들 영화는 관람객 1000만 이상을 기록하며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은 명작이다. 그렇다면 부산이 촬영지로써 어떤 매력이 있기에 흥행 영화의 주역들이 이곳을 찾는 것일까?
우선 도시 풍광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부산은 다양한 느낌의 장소가 모여 있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서해안 같은 낙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기장이나 송정·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동해안 느낌의 일출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감천문화마을, 산복 도로, 돌산마을 등 1970, 80년대 느낌의 산동네들이 남아 있는가 하면, 센텀 마린시티 같은 최첨단 신도시도 있다. 서부산 지역으로 가면 국제공항도 있고, 부산항 부둣가에는 여객터미널도 있다. 이렇게 부산만이 갖는 다양한 도시 이미지는 영화 촬영지로서의 배경에도 아주 적합하다.
시민들의 협조도 한몫한다. 영화 촬영이 진행되면 어떤 시민들은 간식을 건네주기도 하고, 격려의 말과 함께 따뜻한 호의를 베푼다고 한다. 또한, 영화 촬영에 대한 협조시스템이 시 자체에 전반적으로 구축돼있다. 각 구청·경찰서·소방서에는 영화 촬영을 협조해 줄 수 있는 담당자들이 지정돼, 촬영 시 지원 가능성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 시가 나서서 로케이션 헌팅을 해주기도 하고, 행인들과 교통을 통제해 주는 것이다. 얼마 전 부산을 방문한 할리우드 영화 ‘블랙 펜서’팀도 그러한 협조 아래 촬영이 진행됐다. 많은 영화인이 부산을 찾는 결정적 요인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아닐까 싶다. 이미 영화계의 거장이 된 영화감독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곽경택 등이 BIFF를 통해 소개됐고, 작품에 투자를 받으며 해외 영화제로 출품할 기회를 얻었다. BIFF가 아시아로 뻗어 나가는 창구의 역할을 하기에, 영화인들의 입장에서 부산이라는 곳은 ‘내 영화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곳’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국비가 대폭 줄어들고, 최근에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BIFF가 걷고 있는 악화일로의 길을 보면 부산 시민으로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산을 영화계의 대표 상징 지역으로 이끌어준 BIFF가 다시 잘 열리려면 정부와 부산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우여곡절을 통해서 부산이 단순히 1년에 한 번 열리는 영화제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라, 365일 외국인들이 찾는 진정한 영화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남녀노소 누구나 카메라로 자신만의 영상을 찍고, 단순히 소비하는 영화가 아니라 문화 예술로써 영화를 대하고, 유명한 영화감독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같은 영화인의 입장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민들로 거듭난다면 부산은 더욱 훌륭한 영화 도시가 될 것 같다.
지난 8월 7일 자 국제신문 “부산영상산업센터 10월 준공 앞두고 운영 준비 시동”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 부산 영화·영상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문 시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수영구 광안동에 ‘부산아시아영화학교’가 개교했다. 지역 사람들이 취직하기 위해 서울에 가듯이, 영화를 진로로 하는 사람이 매년 수십 명 부산으로 오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시나리오, 촬영, 미술, 로케이션, 배우 등 영화라는 산업 자체가 종합적인 산업이기에 BIFF를 비롯해 부산의 영화산업이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실현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위해 모여드는 도시 부산, 이를 위해 국제신문이 함께 힘써줬으면 한다.
경성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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