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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화의 힘은 이야기…고향서 계속 만들 것”

BIFF 3관왕 ‘풀문’ 정지혜 감독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2026.10.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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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 출신, 부산·경남 창작 활동
- 데뷔작 ‘정순’ 이어 장편도 호평
- “익숙한 일상, 신선한 매력으로
- 투자 등 산업 기반 뒷받침 돼야”

영화 ‘풀문’으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오른 정지혜 감독이 지난 19일 영상산업센터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저의 목표는 부산과 경남에서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저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지난 6~15일)의 최고 영예 부산어워드 대상은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가 또 있다. ‘비전-한국’ 부문 초청작 ‘풀문’으로 3관왕(CGV상·K-무비상·관객상)에 오른 정지혜(31) 감독이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상산업센터에서 그를 만나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는 부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보니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느낌이 컸어요. 그런데 이번 BIFF는 제가 관객들을 초대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묘하면서도 더 기뻤던 것 같아요.”

경남 양산 출신인 정 감독은 동서대 영화과를 졸업한 뒤 10년 넘게 부산과 경남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단편 ‘면도’(2017), ‘매혈기’(2018), ‘버티고’(2019) 등을 만들었고, 장편 데뷔작 ‘정순’(2022)으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과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2관왕(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국내외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자연스레 그의 두 번째 장편 ‘풀문’도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학교 댄스팀의 센터를 꿈꾸는 열여섯 살 소녀가 겪는 갈등과 성장통을 그린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장편극영화 제작지원사업에서 역대 최고액인 3억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대상으로도 선정돼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작품은 올해 BIFF 3관왕을 차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제 영화의 매력이요? 개인적인 경험과 정서가 녹아 있다는 점 아닐까요. 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지만 다른 지역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갈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풀문’ 중 정월대보름 축제 장면이 나오는데, 양산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익숙한 행사지만 수도권에서 온 관객은 신선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영화 ‘풀문’의 한 장면.
정 감독은 지역 영화의 경쟁력으로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곧 창작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정순’은 식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만난 중년 여성들의 삶을 영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풀문’ 역시 학창 시절 동아리 활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가 부산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남의 이야기로 영화를 찍는 제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힘이 닿는 한 지역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이야기만으로 지역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 감독은 경쟁력을 높이려면 제작뿐만 아니라 투자와 배급 등 산업 기반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을 완성하더라도 투자나 배급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피칭이나 비즈니스 미팅 같은 기회는 생각보다 잘 마련돼 있어요. 하지만 막상 참여하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제작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런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끝으로 정 감독은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에는 자신이 경험한 일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야기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앞선 두 작품을 통해 제 안의 재료를 많이 쓴 것 같아요(웃음). 이번에는 좀 더 보편적인 주제인 ‘힘’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힘이 서로 맞부딪히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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