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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오카 텐진의 ‘타이호 라멘’. 근교 도시 구루메에 본점을 둔 라멘 전문점으로 일반 라멘보다 진하고 묵직한 육수가 특징이다. |
부산에서 비행기로 40분 남짓, 제주도보다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에도 돼지국밥과 닮은 현지인의 소울푸드가 있다. 돼지 뼈를 푹 우려낸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돈코츠 라멘’이다. 1000엔(한화 약 1만 원) 안팎이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오랫동안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부산에서도 ‘하카타’나 ‘돈코츠’라는 간판을 내건 일본식 라멘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다.
그런데 돈코츠 라멘이라고 다 같은 라멘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 면의 굵기부터 국물의 농도, 고명과 먹는 방식까지 천차만별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하카타 라멘부터 돈코츠 라멘의 원조로 여겨지는 구루메 라멘, 어시장 노동자들의 한 끼에서 출발한 나가하마 라멘까지. ‘라멘의 도시’ 후쿠오카에서 돈코츠 라멘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알면 알수록 깊고,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드는 라멘의 매력을 느껴보자.
# 돈코츠 시초 구루메 라멘, 70년 가게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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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에서도 구루메 라멘을 맛볼 수 있다. ‘타이호 라멘’은 1953년 구루메에서 포장마차로 개업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명 라멘 가게다. 후쿠오카의 번화가인 텐진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구루메 라멘의 특징은 진하고 묵직한 육수다. 하지만 타이호 라멘의 육수에는 비법이 더 숨어 있다. 바로 ‘요비모도시 육수’다. 기존 육수를 모두 버리지 않고 새 육수와 재료를 보충하며 계속 끓이는 방식이다. 창업 당시부터 이어온 육수 제조법으로 70년 넘게 쌓인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지난 18일 점심시간 방문한 가게에는 문밖까지 손님이 늘어서 있었다. 가게 문밖에서부터 돼지 뼈를 삶는 냄새가 진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리네 순대국밥을 연상케 하는 진하고 쿰쿰한 냄새가 코끝을 훅 찔렀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는 ‘옛날 라멘’이다. 창업 당시 포장마차에서 내놓던 라멘을 재현한 메뉴다. 기름과 거품이 동동 떠 있는 녹진한 국물을 한 숟갈 떠 입에 넣자 예상과 달리 짠맛이 강하지 않았다. 대신 진한 돼지 뼈의 풍미와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오랜 시간 끓여낸 국물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살구색 라드 튀김도 별미다. 돼지기름을 한 번 더 튀겨낸 것으로,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직접 뽑아낸 곧고 적당한 굵기의 면은 씹는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진한 국물과 잘 어우러진다. 국물부터 면, 고명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완성도가 높다.
#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돈코츠 라멘, 하카타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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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텐진에 자리한 ‘간소 아카노렌 셋짱 라멘’. 80년 전 중화요리점으로 출발한 노포로, 오늘날 하카타 라멘의 원형을 만든 가게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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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면에 있다. 일반적인 하카타 라멘 가게가 둥글거나 네모난 단면의 가는 면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아카노렌은 납작하고 가느다란 면을 쓴다. 면의 표면적이 넓어 국물이 잘 묻어나고, 특유의 탄력과 씹는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육수도 별미다. 돼지국밥 같은 진한 돼지고기 육수에 간장을 풀어 감칠맛을 끌어올렸다. 중화요리점으로 출발한 만큼 라멘과 함께 볶음밥과 교자 등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특히 라멘에 볶음밥과 교자를 곁들인 ‘라멘 정식’은 라멘 한 그릇으로 아쉬운 이들에게 제격이다.
# 바쁜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 나가하마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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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나가하마 선어시장 인근에 자리한 라멘 전문점 ‘간소 라멘 나가하마케’. 이곳에서 판매하는 라멘은 어시장 노동자들에게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매우 가는 면과 단출한 고명을 얹은 것이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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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하마 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가는 면과 단출한 고명이다. 차슈와 김, 계란, 메마(죽순 절임), 파 등 다양한 고명을 올리는 다른 라멘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파와 얇게 썬 돼지고기만 간소하게 올라간다. 바쁜 어시장 노동자들에게 라멘을 최대한 빨리 내놓기 위해서다. 면이 가늘어 삶는 시간도 짧다.
주문 방식도 독특하다. 면의 익힘 정도는 물론 국물에 띄우는 기름의 양까지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현지 손님들은 긴 설명 대신 “베타나마”라는 네 글자로 주문을 끝낸다. 기름을 많이 넣어달라는 뜻의 ‘베타’와 면을 거의 삶지 않은 상태로 달라는 ‘나마’를 합친 은어다.
현지인들을 따라 “베타나마”를 외치자 주문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라멘이 나왔다. 국물은 하카타 라멘이나 구루메 라멘에 비해 가볍고 깔끔하다. 돼지 뼈의 풍미는 충분히 느껴지면서도 묵직하게 입안에 남는 느낌이 덜해 부담이 적다. 면은 심지가 살아 있는 듯 단단하게 씹혔다. 입안에 은은하게 감도는 밀가루 향도 독특하다. 면을 다 먹어갈 즈음에는 ‘가에다마’(면 사리 추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가하마 라멘은 가는 면이 쉽게 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곱빼기로 주문하기보다 면을 다 먹은 뒤 사리를 추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 日 유명 라멘가게들 팝업…‘면 공장’ 문화공간도
- 라멘 활용한 관광 콘텐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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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널시티 하카타 5층에 조성된 라멘 테마파크 ‘라멘스타디움’ 전경. |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복합쇼핑몰 ‘캐널시티 하카타’ 5층에는 라멘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라멘스타디움’이 자리하고 있다.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일본 각지의 유명 라멘 가게 8곳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8월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가 지난 4월 새 단장을 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재단장한 시설은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점포의 외관을 라멘 그릇 모양으로 꾸며 마치 거대한 라멘 그릇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일본 각지의 라멘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입점 점포를 교체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맛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라멘 가게만 100곳이 넘는다. 여러 가게의 라멘을 한 번에 맛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일반 라멘보다 양이 적고 가격도 저렴한 ‘미니 라멘’도 판매한다. 역대 입점 가게의 이름과 라멘 그릇을 전시한 공간도 마련돼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라멘을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만드는 과정까지 살펴보고 싶다면 후쿠오카 근교 도시 이토시마로 가보자. 후쿠오카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이치란노모리’는 유명 라멘 프랜차이즈 이치란의 면 제조 공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9만2400㎡(2만8000평)의 부지에 자리 잡은 공장과 박물관, 정원 등을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제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데다 갓 뽑아낸 면으로 만든 라멘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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