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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정치가 제대로 된 복지를 실현한다는 나름의 믿음이 아직 있어 총선과 같은 선거는 관심이 가는 중요한 사안이다. 지루하고 시끄럽기만 하던 각 당의 공천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모양새다. 이들이 무슨 비전을 가지는지, 무엇을 약속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관한 소식은 공천과정이라는 막장드라마의 소문에 파묻혀 버렸다. 정작 궁금한 공약에 관해 제대로 말해주는 언론도, 방송도 없었다. 주요 정당에서 내놓은 홍보용 공약은 마트의 세일 전단지보다 선명하지 않았다. 개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이 내놓을 공보지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이런 식이라면 또 속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각 당이 내놓은 공약을 바라보자면 황망하고 식상하기 짝이 없다.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사회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책없는 호언들로 가득하다. 이런 호언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똑같이 들었다. 지난 몇 년 간 무엇을 하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고용과 복지와 민생 안정에 살신성인하여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들이 보여준 행태는 비루할 뿐이었다.
불평등의 기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사람들의 시기심은 커져만 간다. 아이들은 버려지고,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고, 강변의 공원에 세워둔 자동차에서 연탄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학생들은 희롱당하고, 청년들은 이미 방향타를 잃었다. 밀양의 할매도 망각의 숲 속에 가둬두고 세월호도 대중의 무의식으로 수장시켜 버렸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밑돌 빼어 웃돌 괴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시민들은 이 모든 사회적 위험보다 더 위중하고 위험한 문제거리를 지척에 두고 살고 있다. 작은 실수로도 3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도시와 나라를 절멸시킬 수 있는 원전들이 부산에 있고, 게다가 세계 최고의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다. 원전문제 만이라도 해결하겠다는 약속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을 봤으면 좋겠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한국은 지금까지 내가 말해온 위험사회보다 더 특별하고 심각한 위험사회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이런 심각한 위험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적응'되어서가 아니라 위험에 대한 감각을 '편집'당했기 때문이다. 권력욕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험을 망각한 채 봄날은 또 이렇게 간다.
윤성호 동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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