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맞추어 놓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떠 날씨부터 체크한다. “오늘은 아이들이 숲 체험 가는 날인데 미세먼지가 있으려나? 외부 활동이 제한받는 ‘매우 나쁨’만 아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와야겠군.” 혼자 중얼대며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오전 8시, 어린이집에 도착해 전날 체크해 둔 오늘의 활동 계획과 휴가에 들어간 교사를 대신하는 대체 교사 배치표까지 들여다본다. 작은 실수가 아이들의 하루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8시 10분, 첫 아이가 등원한다. 잠이 덜 깬 졸린 눈으로 등원한 세 살배기 아이는 엄마와의 헤어짐이 속상하다. 허겁지겁 출근을 준비한 듯 바쁜 엄마에게 인계받은 아이는 울먹대다 선생님의 품에 안긴다. 다소 편안해진 아이를 보며 안심하듯 돌아서는 엄마의 눈에 맺힌 눈물방울을 나는 못 본 척 한다. 오전 10시, 놀이가 한참인 보육실을 돌며 선생님들과 아이를 살핀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 틈에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교사의 손길이 부족한가? 눈짓으로 슬쩍 선생님께 상황을 전달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각 반 알림장을 훑어본다. “오늘은 ○○가 기분이 좋았어요” “낮잠을 깊게 못 잤습니다” 등 이 짧은 기록들이 부모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한 줄 한 줄 다시 살핀다. 그 짧은 문장에 아이와 교사의 하루가 담겨 있다. 오후에는 교사 한 명과 면담을 했다. “요즘 너무 지칩니다, 원장님.”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면서도 나 역시 무겁다. 선생님이 웃어야 아이들이 잘 웃을텐데 그 웃음을 지켜주지 못할까 봐 더 조심스럽다. 선생님도 집에 가면 부모님의 아이이며 자기주장 강한 이 시대의 MZ인 것을. 아이를 돌보는 이 일이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다.

어린이집은 단지 아이를 맡기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의 첫 사회생활, 첫 공동체, 부모의 믿음을 담는 공간이다. 그 무게를 알기에 오늘도 내일도 이 공간의 온도를 지켜내기 위해 애를 써본다. 육아 온도는 부모의 품에서 시작되지만 그 온기가 이어지도록 함께 불을 지펴야 한다. 아이도 교사도 부모도 함께 존중하고 존중받을 때 가장 따뜻한 온기가 피어나는 곳이 어린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