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남자테니스 새 시대 열어

고작 20세의 ‘신예’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수십 년 동안 남자 테니스계를 지배한 ‘빅3’를 제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페더러를 비롯해 나달, 조코비치로 구성된 빅3에서 유일하게 조코비치가 최상의 기량을 유지해 왔으나, 알카라스에게 패했다.

알카라스가 16일 영국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조코비치가 이 대회에서 미끄러진 후 일어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다. AP 연합뉴스

알카라스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3-2(1-6 7-6<8-6> 6-1 3-6 6-4)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이 승리로 남자 테니스 ‘빅3’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3 중 한 명인 조코비치는 2014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앤디 머리(영국·40위)에게 패한 뒤 이 대회 결승전에 6차례 올라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윔블던 34연승을 달려 5연패 및 통산 8회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알카라스에게 패하며 물거품이 됐다.

윔블던에서 머리를 포함한 ‘빅4’가 아닌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2년 레이턴 휴잇(호주·은퇴)이후 처음이다. 2018년 프로로 데뷔한 알카라스는 3년 뒤 18세의 나이에 크로아티아 우마그 대회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로 마스터스 1000 대회인 마이애미오픈과 마드리드오픈에서 우승했다. US에서도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 빅4의 뒤를 이을 선수로 발돋움했다. 알카라스는 태어난 지 19년 5개월 만에 역대 가장 어린 선수로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알카라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사실 알카라스는 올해 조코비치에게 한번 무너진 바 있다. 올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부상으로 불참했던 알카라스는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1-3, 완패했다. 당시 알카라스는 3세트 초반부터 근육 경련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마친 끝에 그는 이날 2세트부터 공격적인 샷으로 조코비치를 압박, 승리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알카라스는 나달이 보여줬던 놀라운 수비와 투쟁심, ‘스페인의 황소 정신’을 가지고 있다”며 “나와 비슷한 슬라이딩 백핸드를 구사하는 것 같다. 수비, 적응력 등 나의 강점으로 꼽히던 것도 가졌다. 매우 완벽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알카라스는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