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선수권 1위 등극
- 학업에 우선 순위 두고
- 매주 3시간 훈련 통해
- 고도의 집중력 등 발휘
동계 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컬링'은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보급이 되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캐나다, 미국 등 북미에서는 피겨 스케이팅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종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캐나다에서 열린 2012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면서 국내에도 조금씩 팬층이 확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위 '수재'로 불리는 학생들이 컬링 종목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특수목적고인 부산외고(교장 박치완) 컬링팀이다. 2000년 9월 창단한 부산외고 컬링팀은 그해 12월 열린 제1회 회장배 전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여고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창단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단숨에 전국 무대 정상에 오른 부산외고는 2001년 전국동계체전에서도 부산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후에도 2003년 전국동계체전 우승, 2005년 동계체전 동메달, 2006년 동계체전 은메달 등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부산외고 컬링팀의 선수 구성이나 훈련 방식 등이 다른 팀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거둔 성적은 놀라울 따름이다. 다른 지역의 고교 컬링팀의 경우 대부분 중학교부터 컬링을 시작한 체육 특기생들이 '전문 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비해 부산외고의 선수들은 모두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야 컬링이라는 운동을 접하게 됐다. 당연히 컬링으로 고교에 진학한 선수도 없을 뿐더러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없다.
훈련량도 다른 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평일 일과 시간에는 선수 전원이 학업에 열중하고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훈련하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을 때면 훈련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부족한 훈련량에도 불구하고 부산외고 선수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운동뿐 아니라 학업 성적도 뛰어나 부산외고 컬링팀 선수 출신 대부분이 서울대 등 국내 명문대는 물론 일본 와세다대, 중국 북경대 등에 진학했다. 현재 재학생 중에서도 3학년 황정원은 서울대 진학이 유력하고, 2학년의 강경리 장수연 류예운, 1학년의 최예진 맹유민 역시 각 과에서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들이다. 작전을 짜고 경기 전반을 조율하는 포지션인 '스킵'을 맡고 있는 강경리 선수는 "컬링은 고도의 집중력과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종목이어서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컬링만 한 운동이 없다"며 컬링 예찬론을 펼쳤다. 장수연 선수는 "처음 컬링을 한다고 했을 때 공부에 영향을 받을까 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하셨는데 지금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 후배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운동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나가는 부산외고 컬링팀이지만 창단 초기 어려움도 많았다. 당시 부산에 빙상장이 없어 대구와 전주, 김해 등지를 전전하며 연습을 해야 했다. 체육 특기생이 아닌 학생들이 감내하기에는 큰 부담이었다. 이후 부산 북구에 빙상장이 생기면서 다소 여유가 생겼으나 빙질이 컬링을 하기에는 부족해 전용 경기장이 있는 경북 의성으로 원정 훈련을 가야 한다. 게다가 3학년의 경우 입시 준비 때문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관계로 선수층이 얇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부산외고는 이 같은 악조건을 모두 이겨내고 학업과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여기에는 직접 팀을 창단하고 지금까지 감독을 맡고 있는 이종선 교사의 노력과 학교의 지원, 선배들의 도움 등이 함께 했다.
이 감독은 "학업 성적이 뛰어난 특목고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이기적인 성향이 많은데 우리 선수들은 컬링을 통해 협동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제자들이 운동과 학업 모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 줘서 매우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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