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106조 인수계약 맞서
- 파라마운트, 160조 매각 제안
- 트럼프 맞사위까지 자금 동원

- 넷플릭스 ‘반독점 심사’ 넘어야
- 트럼프 “시장 점유율 살펴볼 것”
- 영화계 최종합병 결과 예의주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라더스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제안하며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적대적 인수란 대상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회 동의 없이 기업 지배권을 획득한다는 뜻으로, 넷플릭스에 매각을 합의한 워너브라더스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직접 회사를 팔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산업계는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영화계 입장에서 이것은 ‘돈’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단순한 플랫폼 간의 인수합병을 떠나, 스튜디오 중심의 할리우드 질서가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어서다.

OTT 강자 넷플릭스가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파라마운트가 더 높은 인수가를 제안하고 나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기업 이미지. AFP 연합뉴스

■메이저 영화사 품기 나선 OTT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워너브라더스의 제작 스튜디오와 HBO 채널 등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주당 인수 가격은 27.75달러다.

워너브라더스가 올해 배급한 영화 ‘슈퍼맨’의 한 장면.

1923년 설립된 워너브라더스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슈퍼맨’ ‘배트맨’ 등 수많은 글로벌 히트작은 물론, ‘카사블랑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고전 명작을 보유하고 있는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다. 최종 합병이 성사되면 초거대 공룡 미디어가 탄생하는 것으로, 영화와 TV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팬데믹 기간 급성장하며 구독자 수 3억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OTT로 자리 잡았다. 워너브라더스와 HBO의 콘텐츠가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해지면, 가입자 수는 총 4억5000만 명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넷플릭스 따라잡기에 사활을 걸었던 디즈니+, 아마존프라임, 애플TV+ 로서는 더 큰 공룡과 마주해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영화계에서도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초대형 ‘빅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스트리밍을 우선하는 넷플릭스가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 질서와 전통을 깨트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 합병이 영화 산업에 “업계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끄는 미국감독조합(DGA) 역시 “산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을 의식한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영화의 극장 개봉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 테드 서랜도스가 “극장 영화는 죽었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만큼 영화계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이번 계약을 두고 “넷플릭스의 할리우드 정복이 사실상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평했다.■반격 나선 영화계… 업계 이목 집중

그러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워너브라더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넷플릭스에 밀린 파라마운트가 넷플릭스보다 높은 주당 인수 가격 30달러(총 규며 1084억 달러)를 제안하면서 워너 인수를 둘러싼 판세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파라마운트 쪽에 ‘돈줄’을 대면서 기업 간 합병에 정치적 이해 관계가 얽히는 분위기다.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오라클 창업자의 아들이라는 점 역시 넷플릭스에는 불리하다.

반독점 심사 역시 넷플릭스가 합병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큰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가 이번 합병으로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게 되면, 독점을 금지한 미국 반독점법 위반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과정에 관한 질문을 받고 “넷플릭스가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말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넷플릭스는 규제 당국의 불허 등으로 이번 거래가 결렬될 경우 워너브라더스에 58억 달러(약 8조6000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통상 1~3% 수준인 위약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넷플릭스의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 자신감이 최종 합병으로 이어질지 미디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