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홍수의 상처 예술로 치유

대자연의 생명력을 평생 화폭에 담은 ‘미술 대가’의 작품이 자연재해로 상처받은 산청 주민을 위로하는 뜻깊은 전시가 마련돼 주목받고 있다.

김종학 작가의 ‘Pande monium’.

경남 산청문화예술회관 내 작은미술관에서 ‘김종학 초대전’이 10일부터 열린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가’로 꼽히는 김종학(88) 작가의 대형 회화 시리즈와 수채화, 공예작품 등 26점을 초대해 지역 주민에게 선보이는 자리이다.

‘설악산의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 작가는 설악산의 사계절과 자연의 생명체를 주로 그렸다. 그는 강렬한 색채와 기운 넘치는 필치로 대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순환을 화폭에 담아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국내외 주요 공간에서 개인전을 소화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대규모 회고전도 가졌다. 올해 조현화랑 부산점에서 초창기 수채화 작품을 소개해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았고, 미국(하이 뮤지엄)에서도 전시를 여는 등 원로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는 최근 산불에 이어 홍수까지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본 경남 산청군 주민을 위해 기획됐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김종학 회고전을 기획한 박진희 전시기획자가 자연재해로 폐허가 된 산청지역 주민을 위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광활함을 보여주는 대가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피폐해진 삶을 위로하고, 나아가 예술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자 김종학 작가의 작품을 지역의 작은 미술관으로 초대했다.전시에는 김종학 작가의 생명력 넘치는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화려한 색채의 꽃 새 곤충 등의 생명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모습에서 대자연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매료되는 대작 ‘Pandemonium’을 비롯해 소박하지만 존재감 있는 생명체들의 조화를 시적으로 표현한 ‘여름’, 생명의 순환을 드러내는 ‘덩굴’ 등이 전시됐다. 모두 자연이 주는 회복과 조화의 힘을 강조하며 에너지를 주는 작품들이다.

작가가 전통 형상을 현대적으로 만든 공예품(해태, 오리 등)도 처음 출품됐다. 특히 작가만의 해석으로 탄생한 해태가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웃음은 보는 이에게 미소와 함께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보자’는 용기를 준다.

박진희 전시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예술이 공동체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보여주는 자리로, 재난으로 고통받은 산청 지역 주민이 예술을 매개로 아픔을 나누고 공동체의 연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계속되며, 전시 기간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월요일 휴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