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여름이면 시원하다 못해 시린 육수의 평양냉면 한 그릇이 생각난다. 북쪽 지역에서 한겨울 깊이 묻은 김칫독에서 맛있게 익은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던 음식인데, 지금은 여름에 인기가 더 많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평양냉면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쟁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겪는 동안 많은 이에게 고향을 추억하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종은 작가는 냉면을 좋아하던 아버지와 시아버지를 떠올리며 이 책을 쓰고 그렸다. 할아버지에 이어 냉면을 좋아하는 손주 이야기에, 냉면이 품은 맛있는 이야기를 곁들인 그림책이다.할아버지는 냉면을 먹을 때마다 어렸을 적 맛있게 먹던 냉면 맛을 추억한다. “정신이 번쩍 나고, 가슴이 쩡하게 뚫리는 맛이지.” 과연 무슨 맛일까? 손주는 궁금하다.

할아버지의 어머니가 말아 주던 동치미국수부터 오늘날 손주가 사랑하게 된 평양냉면, 냉면이 품고 있는 역사적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냉면이 탄생하게 된 배경, 냉면을 사랑한 역사 속 인물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온 냉면의 역사, 지방마다 다른 냉면 맛의 비밀 등 냉면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