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룡 영화의 성룡 캐릭터처럼
- 마동석표 영화들 만드는 게 꿈

- 모범생 이미지 벗은 서현과
- 정지소의 대결이 영화의 핵심
- 나는 ‘사이드킥’ 정도의 역할

- 목표는 손익분기점 넘기는 것
- 오컬트 액션 꿈꾸는 후배 많아
- 영화 잘되면 다양한 길 열릴 것

영화 ‘부산행’(2016)이 나왔을 때, 관객들은 우람한 팔뚝으로 좀비를 쓸어버리는 마동석에게 화들짝 놀라 이렇게 외쳤더랬다. “마동석이 좀비 때려잡는 영화”라고. 그 강력한 입소문의 힘을 다시 불러세우고 싶었을까. 지난달 30일 개봉한 오컬트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는 홍보 문구에서부터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다. ‘마동석이 이제 악마까지 때려잡는다’고.

‘거룩한 밤’은 ‘범죄도시’ 시리즈로 배우 인생의 새로운 분기점을 연 마동석이 기획 제작 그리고 주연한 영화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영화 속 마동석의 ‘몸’은 존재 자체가 같은 편에겐 무기이고 상대편에겐 흉기로 기능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날 것 같은 마동석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우 마동석이 자신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오컬트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소개하며 주먹을 날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뒤집는 캐스팅

‘거룩한 밤’은 주먹으로 악령을 때려잡는 해결사 바우(마동석)가 퇴마사 샤론(서현), 든든한 조수 김군(이다윗)과 팀을 이뤄 악의 조직을 소탕하는 오컬트 액션 영화다. 관객의 주된 관심사는 마동석이 악당을 어떤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섬멸할 것인가에 초점이 가 있지만, 마동석은 정작 “이번 영화에서 나는 조력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코어는 샤론이란 퇴마술사이고, 줄기는 샤론과 은서(정지소)의 싸움이다. 그게 이 영화의 힘인데, 그 지점에서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 나는 사이드 킥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력자로 물러났다고 해서 작품을 향한 욕망의 크기가 작은 건 아니다. 마동석은 웹툰 소설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 가능한 IP(지식재산)를 구축해 둔 상태다. 실제로 ‘거룩한 밤’ 이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웹툰 ‘거룩한 밤: 더 제로’가 지난해 10월 네이버 웹툰에서 공개돼 눈길을 끈 바 있다. “거창하게 하려 했던 건 아닌데 세계관을 만들어 놓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면 구멍이 숭숭 뚫린다. 그래서 지도를 먼저 만든 거다. 그중 일부를 떼어서 ‘거룩한 밤’을 만든 거고. 후속작은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하게 선보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동석은 기획자로서 작품마다 배우 캐스팅에 깊게 관여한다. ‘범죄도시’ 1편에서 윤계상을 악역으로 캐스팅, 전에 본 적 없는 윤계상의 새로운 얼굴을 끌어올린 것도 마동석이다. 2, 3편의 빌런 손석구와 이준혁 역시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한 바 있다. 많은 후배 연기자가 마동석과의 만남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작품에서는 모범 소녀로 유명한 걸그룹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에게 새로운 옷을 입혔다. “모든 배우에겐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보여줄 수 없었을 뿐. 저도 단역부터 시작했는데, 평생 배우를 하면서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게 있었다. 서현은 바른 이미지가 있다. 현실적으로도 그런데, 그런 이미지의 배우가 다크한 역할을 하면 새롭겠다고 생각했다.”

■마동석이라는 브랜드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는요~” 이날 마동석은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3인칭으로 칭했다. 자기애는 아니다. 자신이 어떤 브랜드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아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제작자 마인드에서 나온 자신감이었다. 물론, 자신을 향한 범 대중의 환호 속에서 ‘마동석 자기복제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는 걸 그는 모르지 않는다. 마동석의 적은 영화 속 악당들이 아니라, 마동석 자신인 셈. 이에 대해 그는 “투자사, 제작사와 시나리오 회의를 하면서 바우를 기존 마동석 캐릭터 특징에서 벗어난 인물로 설정해 보면 어떨까 먼저 제안했었다. 여러 논의 끝에 ‘어차피 바우는 액션을 구사하는 인물이기에 마동석 캐릭터로 가는 게 훨신 유리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입을 연 후 “나 역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변신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언제고 그런 행보를 보여줄 생각이다. 다만, 아직은 마동석 캐릭터로 보여드리고 싶은 액션물들이 있기에 선택과 집중을 할 예정”이라고 부언했다.

그러면서 마동석은 성룡을 언급했다. “성룡이 사극을 하든 형사물을 하든 ‘성룡 캐릭터’로 나온다는 게 어려서부터 부러웠다. 성룡처럼 영화마다 마동석이 나오는 게 나의 꿈이다. 미국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다. 실베스타 스탤론 같은 소위 말하는 액션 배우들. 우리나라에도 그런 배우가 한 명 정도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행보를 조금 더 따뜻하게 지켜봐 줄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기시감이 들 수 있는 부분은 ‘액션의 변주’를 통해 막아내고 있다는 마동석은 “시사회를 열면 복싱하는 선후배들도 오는데, 그들은 액션의 차이를 디테일하게 짚어낸다. 저번 시리즈에선 스텝을 조금만 썼는데 여기서는 조지 포먼처럼 슬러거 스타일을 구사했구나, 이때는 아웃복싱을 했네, 여기에선 주먹은 다른 식으로 휘둘렀네,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기존에 쓰지 않았던 액션을 찍으려 노력한다. 대중들 눈엔 비슷하게 보일 테지만. 관객이 못 알아보더라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름의 치열한 고민을 알렸다.

■덕업일체의 삶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음이 빠르다.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로 할리우드에 눈도장을 찍은 그는 최근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피그 빌리지’ 제작을 공식화했다. 마동석이 원안 제작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범죄도시’ 4~8편도 동시에 준비 중이다. “네 개 시나리오 중 어떤 게 5편이 될지는 모르겠다. 먼저 완성되는 게 5편이 될 예정이다.”

끝이 아니다. 계약한 마블 영화도 2개 남았다. 복싱 관련 작품을 준비하는 가운데, 헤비메탈 소재 영화도 하나 구상 중에 있다고. 이쯤이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동석은 도대체 언제 쉴까. “저에겐 일이 놀이이자, 취미”라고 말하는 그의 대답에 모든 게 확실해졌다. 아, 마동석은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구나.

일이 놀이이고 취미이지만, 어쨌든 영화라는 건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작업인 만큼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내도록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것이 창작자의 운명. 극장가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마동석에게 거는 영화계 기대감 상승도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소다. “요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다. 제 영화를 떠나서 어떤 영화든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영화시장이 되살아난다. 제 목표도 손익분기점이다. 손익분기점 넘는 작품이 쌓이면 영화 시장에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그는 10·20대 연령대에서 ‘거룩한 밤’을 많이 봐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보다 기획을 더 잘하고 이야기를 더 잘 만드는 후배들이 많다. 이 영화가 잘 되면 오컬트 액션 장르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더 다양한 길이 생길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