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감독의 마지막 꿈 “촬영하다 카메라 붙들고 생 마감하고파”
회고전 주인공 정일성 촬영감독 마스터 클래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2019.10.06 19:51
- ‘만다라’ ‘서편제’ ‘취화선’ 등
- 50년간 영화 138편 찍어
- “젊은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 실패의 시간 줄여주고 싶다”
- 지치지 않는 열정 뿜어내
인자한 아저씨 같으면서도 영화 거장의 기품이 느껴졌다. 체크무늬 바지와 검은색 티셔츠 차림. 강단져 보이는 외모와 정확한 말투. ‘영원한 현역’의 이미지를 가진 그는 90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초월한 열정이 느껴졌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한국 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정일성(90) 촬영감독을 꼽았다. 정 감독은 ‘가거라 슬픔이여’(1957)로 영화계에 입문, ‘천년학’(2007)까지 50년간 138편의 영화를 찍었으며 파격적인 앵글과 색채 미학으로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인 촬영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오는 11일까지 부산시민공원에서 진행하는 회고전에선 ‘화녀’(김기영 감독), ‘만추’(김수용 감독), ‘만다라’(임권택 감독) 등 그의 대표작 7편을 상영한다.
정 감독은 6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관에서 ‘나의 인생, 나의 영화’를 주제로 마스터 클래스를 가졌다. ‘만다라’ 상영 이후 40분 동안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는 거장 감독의 영화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신념 외에도 소탈함과 유머러스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저만의 원칙이 있다. 바로 ‘영화는 미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과정에서도 3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형식의 중요성, 둘째는 영화적 리얼리즘, 셋째는 모더니즘이다. 이 셋을 끌어가는 것이 ‘격조’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인격이 있듯이 예술에는 격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대표작으로 ‘만다라’를 꼽는다.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촬영감독 일을 하면서 2번의 큰 사고가 있었는데 촬영 중 교통사고가 난 것과 직장암에 걸려 큰 수술을 받은 것이다. 만다라는 암 수술을 하고 난 뒤 임권택 감독이 나를 일으켜 세운 작품이다. 작품의 질을 떠나 제 인생을 다시 살게 한 모멘텀이 된 작품”이라고 답했다. 정 감독은 ‘서편제’를 비롯해 ‘취하선’ ‘천년학’ 등 압도적인 아름다운 영상미가 인상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소년 시절 나무 바람 물 등 자연이 유일한 친구였다. 내가 찍은 영상을 통해 친구였던 자연에 보답한 것 같다. 자연은 인간을 보듬어주고 용서해주는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찍었다. 사실 한 번도 세상을 아름답게 찍으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다. 다만 이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찍고자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찍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다라’ 외의 대표작을 묻자 그는 “이때까지 138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다 실패작이다. 부끄러운 영화도 찍었는데 그게 곧 나의 대표작이고 스승이다. 실패작 전부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젊은 감독과 일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그가 “내 꿈은 촬영하다가 카메라 뒤에서 죽는 것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붙들고 쓰러지고 싶다”고 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어 “내가 실패한 것을 젊은 감독에게 얘기해주면서 실패의 시간을 줄여주고 싶다. 열악한 시절보다 지금은 환경이 좋아진 만큼 몇 배나 좋은 영화가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 젊은이들이 풍요로움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젊은이들이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50년간 영화 138편 찍어
- “젊은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 실패의 시간 줄여주고 싶다”
- 지치지 않는 열정 뿜어내
인자한 아저씨 같으면서도 영화 거장의 기품이 느껴졌다. 체크무늬 바지와 검은색 티셔츠 차림. 강단져 보이는 외모와 정확한 말투. ‘영원한 현역’의 이미지를 가진 그는 90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초월한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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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성 촬영감독이 6일 마스터 클래스에서 자신만의 영화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정 감독은 6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관에서 ‘나의 인생, 나의 영화’를 주제로 마스터 클래스를 가졌다. ‘만다라’ 상영 이후 40분 동안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는 거장 감독의 영화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신념 외에도 소탈함과 유머러스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저만의 원칙이 있다. 바로 ‘영화는 미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과정에서도 3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형식의 중요성, 둘째는 영화적 리얼리즘, 셋째는 모더니즘이다. 이 셋을 끌어가는 것이 ‘격조’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인격이 있듯이 예술에는 격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대표작으로 ‘만다라’를 꼽는다.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촬영감독 일을 하면서 2번의 큰 사고가 있었는데 촬영 중 교통사고가 난 것과 직장암에 걸려 큰 수술을 받은 것이다. 만다라는 암 수술을 하고 난 뒤 임권택 감독이 나를 일으켜 세운 작품이다. 작품의 질을 떠나 제 인생을 다시 살게 한 모멘텀이 된 작품”이라고 답했다. 정 감독은 ‘서편제’를 비롯해 ‘취하선’ ‘천년학’ 등 압도적인 아름다운 영상미가 인상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소년 시절 나무 바람 물 등 자연이 유일한 친구였다. 내가 찍은 영상을 통해 친구였던 자연에 보답한 것 같다. 자연은 인간을 보듬어주고 용서해주는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찍었다. 사실 한 번도 세상을 아름답게 찍으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다. 다만 이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찍고자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찍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다라’ 외의 대표작을 묻자 그는 “이때까지 138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다 실패작이다. 부끄러운 영화도 찍었는데 그게 곧 나의 대표작이고 스승이다. 실패작 전부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젊은 감독과 일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그가 “내 꿈은 촬영하다가 카메라 뒤에서 죽는 것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붙들고 쓰러지고 싶다”고 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어 “내가 실패한 것을 젊은 감독에게 얘기해주면서 실패의 시간을 줄여주고 싶다. 열악한 시절보다 지금은 환경이 좋아진 만큼 몇 배나 좋은 영화가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 젊은이들이 풍요로움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젊은이들이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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