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용계가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고 있다. '부산 소녀상' 앞에서 3개월간 다양한 춤 공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소속, 성향, 연배를 가리지 않고 100명의 춤꾼이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그동안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보기 드문 광경이자, 협력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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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춤꾼들이 지난 2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행동' 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허경미의 공연 모습. 이인우 박병민 박희진 사진가 제공 |
부산의 춤꾼들이 '부산 소녀상' 앞에서 공연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4일부터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한 부산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처하자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행동'이란 이름 아래 매주 토요일 오후 한 시간씩 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본지 지난 2월 6일 자 22면 보도). 부산민예총이 행사를 기획했지만 부산예총, 국·공립 무용단 등 50개 팀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춤 장르도 전통춤부터 현대춤, 스트릿댄스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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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연화의 공연 모습. |
부산의 춤꾼들이 이처럼 '소녀상' 앞에서 결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민예총 강주미 춤위원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불합리성에 대한 문제 의식,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정권이 저지른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반발, 부산 소녀상 설치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 등이 동시다발로 맞물리면서 예술인들의 정치적 자각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군에 유린당한 위안부 할머니의 역사는 지역 춤꾼들의 오랜 소재였다. 근·현대사의 아픔인 위안부 문제에 공감하고, 춤을 통해 이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도 공연이 이어지는데 동기가 됐다. 강 춤위원장은 "처음에는 공연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뜻밖에 춤꾼들의 자발적인 참여 문의가 이어져 어렵지 않았다"면서 "궂은 날씨와 좁은 거리, 울퉁불퉁한 인도 위에서 춤꾼들이 발에 피가 나는 아픔에도 춤을 추는 모습에 무용계가 하나 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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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꾼 이미화(위), 박소산·황동하의 공연 모습. |
지난 1일 창작춤 '꿈'을 춘 춤꾼 허경미 씨는 "정치, 역사를 떠나 소녀상 앞에서 춤을 추는 내내 인간적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일부러 소녀상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춤 공연을 통해 시민과 함께 소녀상의 아픔을 공감한 것 같아 흡족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행동 공연은 이달까지 이어진다. 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30분 일본영사관 앞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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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현의 공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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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현·서소명·김윤지·조은정·조예라의 공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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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선의 공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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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미의 공연 모습. |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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