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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항거해 퇴학당한 아버지…하늘서 이 졸업장 보고계시죠?”

개성고 항일 동문 명예졸업식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2025.08.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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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끓는 피로 학우들과 의거 가담
- 이인희 선생 등 117명 恨 풀어
- 유족 “남은 가족들에게도 영광”

“85년의 한을 드디어 풀었습니다. 일제에 저항했던 아버지의 명예가 드디어 완전히 회복돼 아들로서 너무나 기쁩니다. 비록 아들인 제가 대신 명예졸업장을 받았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헌정하겠습니다. 흐뭇한 웃음을 지으실 아버지의 모습이 벌써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14일 부산 부산진구 개성고등학교 백양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항일운동 학생 명예졸업장 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독립유공자 유족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개성고 백양관에서 아버지 고(故) 이인희 선생의 졸업장을 85년 만에 받아 든 장남 이명철(75) 씨는 감격에 젖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생전 항일운동에 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을 만큼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셨지만 오늘 졸업장을 받아보신다면 정말로 기뻐하실 게 틀림없다”며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셨지만 남은 가족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924년 부산진구에서 태어난 이 선생은 당시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36년 부산제2공립상업학교(현 개성고)에 입학했다. 그러다 1940년 최고학년인 5학년 때 이른바 ‘노다이 사건’으로 불리는 부산항일학생의거에 가담한 죄로 퇴학당했다. 당시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제2회 경남학도 전력증강 국방경기대회’에서 심판이었던 일본 육군 노다이 대좌가 편파 판정으로 일본인 학교에 승리를 주면서 격렬한 항의가 있었다.

생전 성격이 괄괄했던 이 선생도 차오르는 울분과 일제를 향한 저항심을 숨길 수 없었다. 학우들과 거리로 나서 항일운동을 함께한 그는 결국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구금,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량을 받았다. 졸업을 불과 넉 달 앞둔 때였다. 아들 이 씨는 “고모가 당시 면회를 갔는데 죄수의 머리에 씌우는 용수를 쓰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퇴학 후 급사 등 변변찮은 직업을 전전할 수밖에 없던 이 선생은 강제징용까지 당하며 고초를 겪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그는 아쉽게도 생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9년에서야 독립유공자로 인정,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영면했다. 아들 이 씨는 “독립유공자 인정 당시 어머니가 살아계셨는데 ‘아버지의 한이 풀렸다’고 말씀하셨다”며 “오늘 마지막으로 남았던 85년의 한마저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개성고 명예졸업장 수여식(국제신문 14일 자 1면 보도)은 부산 독립운동 ‘성지’인 개성고의 옛 학생 중 미처 졸업장을 받지 못한 이들을 전수조사해 명예를 회복시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독립유공자 23명, 동맹휴학 등 항일운동 94명 등 총 117명이 독립투사가 명예졸업장과 감사패를 받았다. 한국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한 34명도 대상이었다. 행사 후 광복 80주년 기념 100주년을 향한 타임캡슐 봉입식도 진행됐다.

행사에는 독립유공자 7명의 유족 16명이 참석했다. 모두 의열단과 구세단 등에서 활동했거나 항일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이다. 유족들은 “85년 만의 졸업에 하늘에서도 기뻐하시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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