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고금리·고유가·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공기가 지연되면서 입주 시기를 늦추는 등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도시공사가 진행 중인 행복주택(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건설 공사가 지연돼 입주 시기가 미뤄졌다. 도시공사가 민간 건설사에 시공을 맡긴 부산시청 앞 행복주택 2단지(1108세대)와 서구 아미동 행복주택(767세대)은 오는 7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공기 지연으로 시기가 각각 9월과 10월로 연기됐다. 도시공사는 지난해 연말 입주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 큰 혼란은 없다고 밝혔지만, 도시공사가 공기 지연에 따른 공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할 처지다. 

입주가 미뤄진 이유는 지난해 화물연대와 레미콘 운전자 등이 파업하면서 건설자재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파업으로 공사가 지연된 것은 불가항력적인 사유지만 시행사(도시공사)가 비용을 보전해야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시기가 갑자기 연기돼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을 사고있는 양산 웅상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 A아파트 입주 예정자 협의회 제공

경남 양산 웅상지역의 한 임대아파트(625세대)는 사업자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입주 시기 연기를 통보해 입주 예정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웅상 A 임대아파트 시공사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시기를 석 달 늦춘 12월로 정하고 이에 동의를 요청하는 안내문을 입주 예정자들에게 보냈다. 시공사는 건설 원자재가 상승과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자재 수급 차질, 기상 악화 등 여러 사정이 겹쳐 공기가 연장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를 위해 전세 계약을 종료했거나 살던 집을 판 이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당분간 모텔 등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하는데 비용은 누가 대주며 짐은 어디에 보관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입주 예정자는 “양산에 직장까지 잡고 새집에 살 꿈에 부풀었는데 웬 날벼락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A 아파트는 2021년 3월 착공했으며 8년까지 임대로 지낸 후 분양받을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청약 초기에 ‘완판’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 분양 아파트인 경남 창원시 가포지구 A-2블록(402가구) 역시 입주를 석 달 연기한 오는 9월로 정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은 와중에 화물연대와 레미콘운송조합 파업이 더해지며 골조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LH가 진행하는 울산 다운2지구 A-9블록(신혼희망타운 1200세대 등) 역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기가 지연됐다.

LH 관계자는 “당초 입주 일정에 맞춰 자녀 학교나 직장, 전월세 계약 등의 이주 계획을 수립했던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역 건설업계는 아직 민간 아파트가 입주를 늦춘 사례는 없지만 원자재가 급등과 금리 인상, 파업으로 인한 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건설사의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 시기를 늦추면 입주 예정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줘야 하기에 어떻게든 공기를 맞추려고 노력하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니 타격을 받는 건설사가 많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