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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뉴노멀’ 시대 <2> 일상적 ‘재난 복지’로

가난 파고든 역병, 재난 속 복지 공백 … 생계 넘어 생존 위협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2020.04.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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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탓 ‘사회적 거리두기’
- 복지관 등 사회 시스템 멈춰

- 기초연금 수령노인 ‘밥줄’인
- 노인 일자리 사업도 올스톱
- 정부, 급여 선지급안 내놨지만
- 언제 사업 재개될 지 미지수

- 앞으로의 또 다른 재난 대비해
- 복지 사각지대 속 취약계층 위한
-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논의할 때

역병은 가난을 파고든다. 부자와 빈자를 철저히 차별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최후방 복지의 민낯을 까발렸다. 감염병이 퍼지면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정지됐다. 취약계층 노인에게 쉼터 역할을 하던 동네 복지관은 죄다 문 닫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후폭풍은 거셌다. 늙고 병든 이들은 좁고 컴컴한 골방에 고립됐다. 생존을 위협받는 일부 노인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사회적 거리’ 사이에서 폐지를 줍는 위험을 무릅써야 근근이 하루를 산다. 이처럼 가난한 노인은 재난의 가장 앞자리에 강제로 불려 나오거나, 가장 후미진 곳에 고독하게 갇혔다. 일상을 지켜주던 사회 시스템은 정작 필요할 때 더 찾아보기 어렵다.

■5만 원으로 버티는 한 달 치 삶

조영록(67·가명) 씨가 지난 2일 자신이 사는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한 고시텔의 복도를 걷고 있다. 조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중지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다. 김준용 기자
국제신문 취재팀은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조영록(67·가명) 씨의 방을 찾았다. 2평(6.6㎡) 남짓 방에는 책상 하나, 침대 하나가 놓였다. 밥상은 밥과 김치, 허연 국물이 전부였다. 조 씨는 이곳에서 1년 반가량 살았다.

그전에는 길거리에서 생활했다. 노숙인 시설을 전전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온 조 씨는 원래 구두 기술자였다. 한때 직원 250명을 둔 회사의 대표였을 정도로 ‘잘나갔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가 삶을 뒤흔들었다. 회사는 사라졌고, 조 씨는 외항선을 탔다. “그때 배에서 일하다가 다리 연골이 닳는 바람에 아직도 약 먹어.” 책상은 약병으로 가득했다.

조 씨는 코로나19가 밉다. 예전 일상이 그립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는 부산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한 달에 30시간을 일하고 27만 원을 벌었다. 지난 2월 24일 사업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었다. 이후 그가 지원받는 돈은 기초연금(월 30만 원)뿐이다. 고시텔 월세로 25만 원을 내면 한 달에 5만 원이 남는다. “약도 줄이고, 반찬도 줄이는 수밖에… 비누도 아껴 써야 하고.”

일이 끊긴 후 조 씨는 방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밖에 나가봤자 지인들과의 생활 수준 차이 탓에 비참해질 뿐이다. 방에 붙은 달력에는 4월 6일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던 날이다.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그래도 조 씨는 출근을 준비한다. “옷도 빨고 깔끔하게 나가야지. 일하러 가면 내가 막낸데, 추레하면 구박받잖아.”
조 씨의 상황은 특별하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다. 몇 년 전 출가한 딸에게 받은 10만 원이 통장 기록에 남아서다.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간주돼,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조 씨에게는 30대 아들딸이 있지만, 20년 전쯤 연락이 끊겼다. 서류상으로만 혼인 관계인 아내도 문제가 됐다. “옆방에 사는 사람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한 달에 70만 원을 받거든, 그 정도만 받아도 살 만할 텐데.” 깊은 한숨이 묻어난다.

■일상을 지켜줄 대책 필요

조 씨가 1년 반째 생활하는 고시텔 방. 김준용 기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사업 중단으로 인한 복지 공백을 막으려고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임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일하지 못한 3월분 임금을 먼저 지급한 뒤, 4~6월 근무시간을 한 달에 10시간씩 늘리는 식이다. 부산지역 노인 일자리 사업은 지난 2월 24일부터 멈췄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크게 ▷공익형(3만8300명) ▷시장형(6270명) ▷사회 서비스형(3400명) ▷취업 알선(1100명) 등 4개로 나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맺은 계약을 지키기 위해 일부 유지된 시장형을 제외하면, 다른 사업 대부분이 정지됐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공익형이다. 이 사업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안 좋은 기초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구·군 방역 일자리(320명) 등을 만들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려 한다”며 “공익형 사업 참여자가 문제다. 이 때문에 정부도 임금 선지급 등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언제 다시 원위치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애초 6일부터 사업을 재개하려고 논의했지만, 코로나19가 계속 유행하면서 최소 이달 중순까지는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임금을 주면 일단 생활에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일자리’는 임금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골방에 머무르는 이들이 하루빨리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 속 복지 공백 막으려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 복지 체계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더 강화하고, 복지 안전망 바깥에 있는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인권·복지단체에서는 지역 사회복지기관이 문을 닫아도 노인·아동·장애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돌봄 서비스가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요즘처럼 사회가 위축됐을 때, 조 씨 같은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수급에 탈락하고 나면 제도가 바뀌어도 정보가 전달되지 않거나 다시 신청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생존에 위협받는 취약계층이 누구인지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민성(동래구1)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복지·의료 서비스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복지의 개념을 넘어, 재난에 취약한 계층을 보살필 방안을 찾기 위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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