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 미인증 제품 불법 제작
- 초과 생산물량 보관 업자 등 적발
- “힘들게 구한 게 짝퉁” 시민 분통
- 경찰 “의무 표기 내용 꼭 확인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매일 마스크 수급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마스크 관련 범죄도 잇따라 적발된다. 경찰은 ‘짝퉁’ 마스크 식별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증을 받은 마스크 포장지(아래)의 밑에 사용기한이 찍혀 있지만 미인증 제품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건당국으로부터 등급 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를 제조해 판매한 혐의(사기 등)로 40대 남성 A 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말 부산지역 모텔에 작업장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KF(Korea Filter)’을 받은 것처럼 마스크를 제작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식약처 미인증 마스크(속칭 ‘벌크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해 가짜 ‘KF’ 표기 포장지에 담는 식으로 완제품 2만 장을 불법 제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KF 마스크는 온라인을 통해 장당 3500원에 6800장가량이 팔렸다. 경찰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마스크 6700장을 압수했으며 A 씨 일당에게 벌크 마스크와 가짜 KF 포장지를 판매한 납품업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KF94, KF80 마스크 수십만 장을 창고에 보관하는 수법으로 매점매석 한 혐의(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부산지역 마스크 제조업자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 씨는 한 달 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하는 마스크 28만여 장(1600%)을 제조한 뒤 창고 4곳에 5일 이상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업체 측은 경찰에 “앞으로 마스크를 제조 즉시 유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마스크와 관련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시민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한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마저 미인증 제품이기 때문이다. 김모(40·부산 해운대구) 씨는 “절대 다수의 시민이 정부의 방역대책에 따라 마스크를 구하고 있는데, 구할 수도 없고, 구해도 이딴 가짜 마스크밖에 없으니 정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도 “밤낮으로 마스크를 찍어내듯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이런 가짜 마스크까지 나오니 정상적인 제조업체까지 욕을 먹을까 봐 힘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통상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미인증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른 의약외품 의무 표기 내용이 포장지에 나타나지 않는다.

의무 표기 내용은 제품명, 제조·판매업자 상호 소재지, 전성분, 매수, 저장 방법, 사용기한, 제조번호, 마스크 종류, 효능·효과 등이다. 경찰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무포장 ‘벌크 마스크’ 제품을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벌크 마스크란 별도 제품명, 제조업체 등의 표시 없이 유통되는 묶음 상품이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업체 상당수가 벌크 제품 판매가 잘 안 되자 KF 표기 포장지에 담아 가짜 인증 제품을 완성했다”며 “시민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