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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70억 인정됐는데 집행유예…또 ‘재벌 봐주기’ 논란

신동빈 회장 2심서 집유
정철욱 기자 | 2018.10.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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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과 바뀐 판단 없는데도 감형
- 법원, 통상적 예측 벗어난 판결
- 박근혜가 강요한 공여로 봤지만
- 뇌물액 등 고려 땐 납득 어려워
- 朴·최순실 2심과 형평성 문제도

서울고법이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하면서 법원이 선처성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재벌가의 특수한 상황은 판단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수십억 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로 판결한 것은 통상적인 예측을 벗어난 형량으로 여겨진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 비리에 연루된 혐의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동시에 받았다. 경영 비리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기 때문에 이날 선고의 최대 쟁점은 그가 면세점 신규 특허를 기대하며 박 전 대통령이 지정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의 부정한 금품을 건넨 혐의(제3자 뇌물공여)가 인정되는지였다.

롯데 측과 뇌물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지난 8월 먼저 선고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신 회장 역시 뇌물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1심처럼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의사 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교부한 피고인에게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뇌물을 건넨 것은 맞지만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한 것에 불과하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신 회장은 지원금이 공익적 활동에 사용되리라 예상하며 지원했지만 이후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별다른 특혜를 받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특혜를 바라며 권력자에게 적극적으로 금품을 건네는 통상의 뇌물 사건과는 속성이 다른 만큼 양형 역시 달라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더라도 70억 원에 달하는 금품 거래의 규모나 기업의 투명경영 책임 등을 따지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신 회장이 받은 형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2월 2심에서 풀려나며 받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같은 형량이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인정된 뇌물 액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사정이 있었지만, 신 회장의 경우 1심과 뒤바뀐 판단이 없었는데도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두산그룹 박용오·박용성 전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상당수의 재벌 총수들이 1심이나 2심에서 이와 같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한편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서미경 씨와 채정병 전 롯데그룹 지원실장은 나란히 공범으로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임 공범으로 기소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유죄로 봤지만 상대적으로 죄책이 가볍다고 보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정철욱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 재판 주요 일지

2016년 
11월 15일 

검찰 , 최순실 국정농단과 면세점 특혜 의혹 신 회장 소환 조사 


2017년
4월 17일 

검찰, 면세점 신규 특허취득 위해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 뇌물 공여했다며 신 회장 불구속 기소

12월 22일 

법원,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의혹 신 회장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신격호 징역 4년 및 벌금 35억 원, 신동주 무죄, 신영자 징역 2년, 서미경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2018년 
2월 13일 

법원,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 뇌물공여한 혐의로 신 회장 징역 2년 6개월·추징금 70억 원 선고 법정구속

8월 29일 

검찰, 신 회장에게 두 사건 합해 징역 14년, 벌금 1000억 원과 추징금 70억 원 구형.
신 회장 최후 진술에서 “저희가 요청받은 건 올림픽 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금품 지원은 사회공헌 차원이었다고 말함

10월 5일 

법원, 항소심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신 회장 구속 234일 만에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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