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료·학생 300여 명 모여 추모식
- 고인 뜻 기리는 2m 조형물 제막
- 연구실 소장책 등으로 문고 조성
"지난 1년간은…."
미망인은 한 문장의 말도 하기 쉽지 않았다. 겨우 6음절을 힘겹게 읽은 소경애 여사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입술로 막아내고 다시 인사말을 이어 갔다.
"지난 1년간은 우리 가족에게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과 같았습니다. 버티고 버티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났네요. 그간 부산대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취임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 더운 날 고인의 뜻을 망각하지 않으려고 추모식에 참석하신 교수님과 학생을 보며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고인도 계신 곳에서 감사드릴 것입니다. 저도 대학 민주화를 위해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17일 총장직선제와 대학 자율화를 요구하며 투신한 고(故) 고현철(국어국문학과) 교수의 1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열렸다. 고 교수 추모사업회 주관으로 부산대학교 인문관 필로티 공간에서 열린 행사에는 300여 명의 교수와 학생이 참석했다.전호환 총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1년 전 고 교수의 희생으로 제가 이곳에 서 있다"며 "더는 사랑하는 동료 교수를 떠나보내지 않고, 존경하는 스승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부산대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인용하며 "님은 갔지마는,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고 교수는 70년 부산대 역사에서 대학 자율화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고 추도사를 맺었다.
추도사를 마친 후 추모객들은 인문관 앞동산으로 이동해 추모 조형물 제막식을 지켜봤다. 고 교수 추모 조형물은 부산대 김정혜(미술학과) 교수가 제작했다. 높이 2m의 청동작품으로 '불꽃 모양의 새싹'을 이미지화했다. 조형물 하단에는 고 교수의 약력과 유서 내용, 자작시 '부활'이 새겨져 있다. 부산대 관계자는 "민주화의 불꽃으로 기억되는 고 교수의 '불꽃'과 새로 태어나는 '생명(새싹)'이 같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제막식 후 추모객은 고 교수가 투신했던 대학 본관 건물에서 헌화했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부산대는 지금까지 보존해오던 고 교수의 연구실을 추모사업회·유족과 논의를 거쳐 정리하기로 했다. 고 교수가 연구실에 소장하던 3000여 권의 책은 부산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부산대는 기증 도서 가운데 문학 관련 도서를 추려 '고현철 교수 문고'를 조성하고, 이날 개소식을 했다. 개소식에는 고 교수의 주요 저작물과 자필 원고 등도 함께 전시됐다. 앞으로 추모사업회는 고현철 전집을 발행하고 기념 세미나를 여는 등 추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병학 부산대 교수회장은 "총장 직선제의 사수와 직선제 총장 취임이라는 결실을 영전에 바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이제 추모 조형물과 고현철 문고를 통해 부산대 구성원 모두가 생활 속에서 교수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고인 뜻 기리는 2m 조형물 제막
- 연구실 소장책 등으로 문고 조성
"지난 1년간은…."
미망인은 한 문장의 말도 하기 쉽지 않았다. 겨우 6음절을 힘겹게 읽은 소경애 여사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입술로 막아내고 다시 인사말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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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부산대 인문관 정원에서 '고현철 교수 추모 조형물'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17일 총장직선제와 대학 자율화를 요구하며 투신한 고(故) 고현철(국어국문학과) 교수의 1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열렸다. 고 교수 추모사업회 주관으로 부산대학교 인문관 필로티 공간에서 열린 행사에는 300여 명의 교수와 학생이 참석했다.전호환 총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1년 전 고 교수의 희생으로 제가 이곳에 서 있다"며 "더는 사랑하는 동료 교수를 떠나보내지 않고, 존경하는 스승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부산대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인용하며 "님은 갔지마는,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고 교수는 70년 부산대 역사에서 대학 자율화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고 추도사를 맺었다.
추도사를 마친 후 추모객들은 인문관 앞동산으로 이동해 추모 조형물 제막식을 지켜봤다. 고 교수 추모 조형물은 부산대 김정혜(미술학과) 교수가 제작했다. 높이 2m의 청동작품으로 '불꽃 모양의 새싹'을 이미지화했다. 조형물 하단에는 고 교수의 약력과 유서 내용, 자작시 '부활'이 새겨져 있다. 부산대 관계자는 "민주화의 불꽃으로 기억되는 고 교수의 '불꽃'과 새로 태어나는 '생명(새싹)'이 같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제막식 후 추모객은 고 교수가 투신했던 대학 본관 건물에서 헌화했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부산대는 지금까지 보존해오던 고 교수의 연구실을 추모사업회·유족과 논의를 거쳐 정리하기로 했다. 고 교수가 연구실에 소장하던 3000여 권의 책은 부산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부산대는 기증 도서 가운데 문학 관련 도서를 추려 '고현철 교수 문고'를 조성하고, 이날 개소식을 했다. 개소식에는 고 교수의 주요 저작물과 자필 원고 등도 함께 전시됐다. 앞으로 추모사업회는 고현철 전집을 발행하고 기념 세미나를 여는 등 추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병학 부산대 교수회장은 "총장 직선제의 사수와 직선제 총장 취임이라는 결실을 영전에 바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이제 추모 조형물과 고현철 문고를 통해 부산대 구성원 모두가 생활 속에서 교수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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