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부산국제영화제

'묻지마' 공포…치안 패러다임 바꿔야

불특정다수 겨냥 범죄 확산…경찰, 범인 검거에만 치우쳐 강력범 위주 관리정책 허점
병원·행정기관 등과 연계해 예방 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2016.05.26 20:2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엑스
불특정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 마 폭행'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묻지 마 폭행'은 공권력이 범죄예방용으로 설치한 CCTV를 비웃기라도 하듯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살해당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묻지 마 폭행'을 일부 문제성 인사의 일탈 행위로 보지 말고 그 위험성과 치안 수요를 꼼꼼히 따져 범죄 예방 시스템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26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동래구 명륜동 길가에서 가로수 지지대(각목)로 지나가던 여성 2명을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자비하게 폭행(본지 25일 자 6면 보도)한 A(53) 씨는 일주일 사이 절도와 기물 파손 등으로 수차례 경찰에 붙잡혔다가 풀려났다. A 씨는 지난 21일 동래구 온천동 마트 앞에 세워진 승용차의 사이드미러와 유리창을 망치로 부숴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입건됐고, 같은 날 오후 다시 마트를 찾아 물건을 훔친 혐의(절도) 경찰에 붙잡혔지만 또 풀려났다. 이어 2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빵을 훔쳐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를 풀어주면 또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협박했다. A 씨의 경우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난폭성을 드러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경찰은 강력 범죄가 아니란 이유로 풀어줬다.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구속 수사는 주거 불안정, 도주·증거 인멸 우려,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라 A 씨 사례는 불구속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날 특수상해 혐의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A 씨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관리해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현 치안 정책의 허점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경찰의 치안정책은 범죄 예방보다 범죄가 발생한 뒤 범인을 잡는 데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 경찰관은 이날 "승진과 인사 고과에 유리한 강력범 검거 등 기존 인사제도를 고려한다면 언제 누가 일으킬지도 모를 '묻지 마 폭행사건'에 관심을 두는 경찰관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대 최종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 마 폭행 등 시대 변화에 맞춰 치안 수요를 재검증해 치안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동시에 관계 기관이 협조 체제를 구축해 범죄 예방 시스템을 촘촘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경찰청은 '여성 불안 범죄 대응 특별 치안활동' 대책을 마련하고 기동대 등 가용 가능한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치안 취약지역과 시간대에 치안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처럼 기존 치안 활동을 강화하는 형태로는 범죄예방용 CCTV 설치 확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생하는 범죄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엑스
관련기사
국제신문 뉴스레터

[많이 본 뉴스]

[창간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