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경남 양산 시민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학부모 시위 등 여론 압박을 의식한 양산시의회가 무상급식을 강제하는 내용으로 학교급식 조례를 개정해 통과시켰다. 이는 경남도와 일선 시·군이 올해부터 급식비 지원을 전면 중단한 이후 지자체의 급식비 지원을 의무화한 첫 조례다.

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차예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산시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하 양산급식조례)을 통과시켰다고 24일 밝혔다.

양산급식조례는 학교급식 지원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를 위한 '양산시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 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또 시장은 예산의 범위에서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 중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우수 농·수·축산물을 사용하는 양산 소재 초중고'로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번 조례는 학교급식비와 관련해 종전에는 지원 여부를 '단체장 재량'으로 했으나 의무 사항으로 못 박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 조례를 시의회 차원에서 추진 중인 창원과 김해 등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산급식조례는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발의됐으나, 일부 의원의 반대로 잇따라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번 조례 통과에는 양산지역 학부모들이 큰 역할을 했다. 학부모들은 지자체 예산 지원 중단으로 지난 4월부터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되자 '무상급식 지키기 집중 행동'이라는 커뮤니티(네이버 밴드)를 꾸렸다. 그러자 단번에 60여 개 초중고 학부모 12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양산시청에서 무상급식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며 시와 시의회 등을 압박하는 한편 거리 홍보전도 펼쳐 왔다.

양산시 관계자는 "양산급식조례가 상위법인 학교급식법과의 법리 충돌을 막기 위해 보완 장치를 둬 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국가기관의 판단은 받아볼 필요가 있어 법제처에 이 조례의 법적 하자 여부를 질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례 통과로 시가 앞으로 얼마의 예산으로 어떤 규모의 학교 급식비를 지원할지도 관심사다. 지역 학부모 단체는 적어도 무상급식 전면 중단 이전인 지난해 수준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양산지역의 경우 2011년부터 도비와 시비 지원으로 무상급식이 시작돼 해마다 대상자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도교육청 예산과 도비, 시비 등 총 113억 원의 예산으로 지역 초중고 학생 2만6000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