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 위촉
- 건설현장 법령 재정립 등 노력할 것

“건축 현장에는 규모에 따라 최대 160여 개의 법령이 적용됩니다. 워낙 많은 법령이 서로 얽혀있다 보니 모순되거나, 맞지 않거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것은 고치고 법령의 사각지대를 발굴해 바로잡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강미숙 회장이 부산건축사회 사무실에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위촉 소감 등을 밝히고 있다. 김성효 선임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출신 여성 건축사로, 지역 건축 현장을 30년 가까이 지켜온 강미숙(59) 대한건축사협회 부산건축사회 회장이 대통령 직속 제8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부산건축사 중 역대 최초이고, 지방 건축사 출신 위원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사례다. 중앙 학계 중심으로 구성돼 온 국가 건축정책 논의 구조 속에서 ‘현장 전문가’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회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동여자고등학교, 동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평화건축사사무소, ㈜중앙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아디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2021년에는 부산대 산업대학원 건축공학과 석사를 마쳤다. 실무와 행정, 제도 개선 현장을 두루 경험한 그는 2024년 부산건축사회 회장에 취임하며 지역 건축계 현안을 챙기고 있다.

이번 위촉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상징성이 크다. 제8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공간 민주주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중앙 중심의 건축 정책을 지역과 시민의 삶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강 회장은 이 위원회에 참여한 유일한 부산 현직 건축사회 회장으로, 지방 건축 현실을 국가 정책의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건축은 도시와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문화 경제 등의 수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부산을 포함한 지방도 공간의 수준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모든 국민이 공간을 통해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민주적 가치를 가진 수준 높은 공간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공간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런 시기가 되었고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공간의 재구성이라고 봅니다.”지역의 현안과 국가정책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야 하는 그의 부담감은 크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의 정책 간극에 대한 문제의식도 풀어야할 숙제다. 수도권의 ‘성장·확장’을 전제로 설계된 법과 제도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국면에 접어든 지방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항만도시이자 고령화와 원도심 쇠퇴를 동시에 겪는 부산은 전국 도시 문제의 축소판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내세운 시민 참여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공간 민주주의’가치를 구현할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특정 계층이나 지역만이 아닌, 모든 시민이 공간을 통해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서울 하나로 모든 답을 찾는 시대가 아니며 부산만의 역사와 지형, 해양이라는 자산을 살린 공간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과 해운 기업의 부산 이전 추진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그는 평가한다.

“기업과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도시를 재구성한다면 인구 문제와 원도심 쇠퇴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다. 부산이 직면한 지역 소멸, 인구 감소, 빈집 문제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다. 공간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경제와 문화가 살아나는 선순환을 이끌어야 한다.”

건축전문가로서 업계 현안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잇따른 건설 현장의 사건 사고와 이에 따른 법적 행정적 처리시스템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와 달리 대형 건설 현장은 인력 채용 등에서 극단적으로 슬림화됐고 하도급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실질적 관리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처벌보다 예방에 방점을 둔 현장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국가 건축 정책은 전문가만의 영역은 아니다. 시민의 관심이 있어야 정책도 움직인다. 지역 언론이 문제 제기하고 시민이 지켜볼 때 변화가 가능하다”며 동료 건축사와 시민, 지역 언론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