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6개월로 22개월 늘리는 한편 공사금액도 10조5000억 원에서 10조7000억 원으로 증액해 다시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이전에 비해 입찰 조건이 개선됐지만 다수의 컨소시엄이 참여해 경쟁구도가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국가계약법상에는 대형 국책사업 추진 때는 2개 이상의 컨소시엄이 응찰하지 않으면 유찰된다. 또 공기가 늘어난 것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도 예상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와 관련한 세부 사안을 이같이 확정한 뒤 12월 말 입찰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입찰 안내서는 21일부터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홈페이지(www.g-airport.or.kr)와 조달청 나라장터(www.g2b.go.kr)를 통해 사전 공개된다. 이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한 뒤 기본설계 등을 거치면 내년 하반기에는 우선시공분에 대해 착공이 이뤄지게 된다. 또 행정 절차와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개항 시기는 203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목표는 2029년 말이었다.

국토부는 공항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하려면 연약지반 처리가 가장 중요하므로 연약지반 안정화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전체 공기를 106개월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공기 연장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108개월에 비해 2개월 짧다. 그러나 국토부가 줄곧 고수했던 84개월보다는 길다.

새로 책정된 공기가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의 제안과 비슷하다는 지적과 관련, 국토부는 내용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공사의 핵심인 연약지반 안정화를 위해 이 부분의 공기를 기존 53개월에서 66개월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곳에는 해상 연약지반이 두껍게 분포하고 있는 데다 육·해상에 걸친 활주로의 특성상 부등침하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 공사라는 점을 고려, ‘설계·시공 일괄 입찰(턴키)’ 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업체는 토석 채취, 연약지반 처리, 방파제 설치, 해상 매립, 육상 매립, 활주로 설치 등 여러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작업을 하게 된다.

아울러 국토부는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공사 금액을 당초보다 2000억 원가량 증액했다. 또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발주부터 완공 때까지 전 과정을 철저하게 챙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종합적 사업관리 체계(PgM:Program Management-토목, 전기, 항행안전시설 등 복수의 프로젝트를 연계해 통합 관리)’를 도입한다. 더불어 개항과 동시에 공항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철도 건설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연구기관·민간 등 40여 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거버넌스’(2025년 2월 구성)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그동안 가덕도신공항이 육지와 해상에 걸쳐 들어서야 하는 등 공사에 어려움이 많아 공기 84개월은 턱없이 짧다는 주장을 지속해 제기했던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공기 연장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만큼 재입찰 때는 다수의 건설사가 응찰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로서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참여가 가장 유력하다. 대우건설은 이전 입찰 때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18%의 지분으로 합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내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이뤄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한 개 컨소시엄만이 단독 입찰해 유찰이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일정은 다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토 균형발전 및 지역발전을 끌어내려면 가덕도신공항은 여객·화물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관문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지자체, 업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사업이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