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정책 등으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방침이 현실화하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전업계와 일부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규 원전에 대한 의견은 내년 하반기 정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12차 전기본에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며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것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 장관은 지난 9일 환경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11차 전기본(2024~2038년 적용)에 반영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계획과 관련해 “기존 원전은 안전을 담보로 계속 (수명을) 연장해 쓰더라도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신규 원전) 의견은 최종적으로 12차 전기본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본은 중장기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가 2년 주기로 수립하는 로드맵이다. 11차 전기본은 지난 2월 전력정책심의회에서 확정됐다.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재검토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11차 전기본은 의결 7개월 만에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장기 전력 수급 계획도 새로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작성될 12차 전기본(2026~2040년)에서 다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올해 시작될 전망이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는 12차 전기본 확정 뒤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9일 발표한 성명에서 “AI 혁명과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국가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대규모 기저 전력 확보는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며 “그러나 원전 건설·운영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기후에너지환경부)에 맡기는 것은 안정적인 공급보다 규제를 앞세워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는 에너지 정책 기능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원전 생태계가 다시 붕괴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