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진영 중진인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하면서, 여권을 넘어 정치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진보·보수의 금기를 정면으로 깬 인사로, 정치 지형 자체를 흔드는 초강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28일 이 전 의원의 지명을 공식 발표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을 지낸 대표적 보수 정치인으로,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을 경제 사령탑으로 전격 기용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인사”, “혹시 가짜뉴스 아니냐”라는 반응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여당 내부는 물론 야권에서도 “예상 밖을 넘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의원을 임명했다. 김 전 의원 역시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계열을 거친 보수 진영 출신 인사로, 경제·재정 분야에서 보수 색채가 뚜렷한 정치인이다. 기획예산처 장관과 핵심 경제 자문 라인에 동시에 보수 인사를 배치한 셈이다.

정치적 적대 관계를 형성해 온 보수 인사를 경제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민생과 경제만큼은 진영 논리에서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운동장을 넓게 쓰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선을 지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주요 국정 자문기구와 차관급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는 이경수 인애이블퓨전 의장이 임명됐고,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종구 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 국토교통부 제2차관에는 홍지선 경기 남양주시 부시장이 각각 발탁됐다.

대통령실 참모진도 보강됐다. 정무특보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정책특보에는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이 각각 임명되며 국정 조율과 정책 추진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권 초반부터 실용과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성과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실험이 실제 국정 운영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