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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연탄 배달로 뒷바라지…올곧은 가르침으로 문 대통령 인권변호사 길 걷게 해

고 강한옥 여사는
김태경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2019.10.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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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피란 시절 문 대통령 출산
- 남편 40년 전 별세 후 생계 책임
-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 되거라”
- 문 대통령 가치관에 큰 영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 미국 순방 중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하는 자리에서 ‘어머니’를 언급했다. 모친 강한옥(92) 여사가 바로 1950년 장진호 전투의 성공 덕에 흥남 철수를 하며 남한으로 내려온 피란민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어머니 강한옥 여사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던 모습. 문재인 대통령 공식 블로그
문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제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항해 도중 12월 24일 미군이 피란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어머니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녹여낸 장진호 연설은 당시 미국 내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강 여사는 6·25전쟁 발발 전 남편인 고(故) 문용형 씨와 함경남도 흥남 남평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에 살았다. 전쟁이 터지자 강 여사는 남편과 1950년 12월 23일 흥남 철수 작전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도로 피란해 부산에 정착했으며, 문 대통령은 거제도 피란 당시 태어났다.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피란민 가족에게 객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문 대통령 자서전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적수공권(赤手空拳) 빈털터리’로 피란을 떠나온 사람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사 수완이 없던 문 대통령의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진 것은 모친 강 여사였다. 

고향에서 수재로 불린 남편 문 씨는 함경도 명문인 함흥고를 졸업한 뒤 흥남시청에서 농업계장을 지냈지만 거제도에서의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급기야 남편의 사업이 실패하자 강 여사는 좌판 옷 장사, 구멍가게, 연탄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겨우 이어갔다. 그래도 강 여사는 교육열이 높아 자녀의 학교 월사금은 어떻게든 마련했다고 한다.

어린 문 대통령을 데리고 행상에 나갔다가 웃돈을 얹어서 물건을 파는 게 마음에 걸려 되돌아온 일화는 강 여사의 됨됨이를 짐작하게 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어머니가)중·고교 6년 내내 공부하라고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냥 믿고 맡겨주셨다.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며 “가난하고 힘든 세월을 극복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가정사를 회고했다. 그런 모친의 가르침은 훗날 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길을 걷는 원동력이 됐다.

문 대통령은 1975년 4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검찰로 이송되는 날 호송차를 따르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 내 이름을 부르고 차 뒤를 따라 달려오고 계셨다”면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어지는 호송차를 바라보고 계셨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가까운 친척과 함께 피란했지만 어머니는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왔다. 강 여사는 2004년 7월 19일 북한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제10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여동생 병옥 씨를 만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이모를 위로해 대중에게 따뜻한 인상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추석특별기획 방송에 출연해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 여사는 슬하에 2남3녀의 자녀를 뒀으며, 이 중 문 대통령은 둘째이자 장남이다. 남편 문 씨가 197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 강 여사는 홀로 부산에 살았다. 

 김태경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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