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회담 부적절” 서한

- 남북관계·비핵화 출렁일 듯

북한이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앞으로 쓴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세계는 평화·번영의 큰 기회를 잃었다. 매우 슬픈 순간”이라며 “미국의 핵능력은 더 강력하다. 절대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 김 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주저말고 전화나 편지를 해달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이제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기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로 북한의 비핵화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은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취재진이 참관하는 가운데 오전 11시 핵실험장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4시 17분까지 4번 갱도와 3번 갱도, 막사 등을 잇달아 폭파했다. 

북한이 지난달 ‘전략적 노선 전환’과 함께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인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미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핵화 조처의 ‘본류’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스스로 미국 측에 강조한 ‘단계적·동시적 이행’의 기계적 구도에서 벗어나 핵실험장 폐기를 선제로 실행하며 나름의 유연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동취재단·박태우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