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한 번도 경험 못한 재난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2-08-10 21:09:15
한반도 중부를 강타한 폭우로 수도권이 재난 영화의 무대로 변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비 피해가 집중됐던 이유는 시간당 최대 강우량이 141.5㎜에 달했는데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에 불과했기 때문. 평균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는 ‘확률 빈도’로 따지면 동작구 강우량은 500년 빈도에 해당합니다. 배수 능력이 마비되면서 자동차 침수피해도 컸습니다. 현대해상이 2006~2012년까지 7년간 서울 강남구에서 침수된 차를 분석했더니 56.3%가 시간당 강수량 35㎜ 이상일 때 발생. 시간당 55~60㎜ 일 때 침수 사고 확률이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10일 부산외대 우수저류시설에서 금정구청 직원들이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수문과 방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남부인 부산·경남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전국의 강우 방재시설 성능이 대부분 30년 빈도인 시간당 80~90㎜를 견디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 과거 5∼10년 빈도(시간당 40∼60㎜)보다 개선됐다 해도 지난 8일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년 전 시간당 69.5(대청동)~83㎜(해운대)의 비가 내렸을 때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3명이 사망했습니다. 2014년에는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사망. 현재 부산의 침수우려지역은 100곳(올해 7월 기준) 내외라고 합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시간당 100㎜ 이상 비는 점점 자주 내릴 겁니다. 재난기반시설은 특성상 막대한 재정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의사결정권자들이 임기를 떠나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서울시만 해도 빗물 저장그릇인 ‘대심도 터널’ 건설을 추진했다가 2011년 중단했었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앞으로 10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상습 침수지역에 대심도 터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부산에 설치된 우수저류시설 11곳도 용량이 크지 않습니다. 3시간 동안 최대 강우량이 175㎜(50년 빈도)에 달하는 상황을 기준으로 만든 탓에 서울처럼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가 3시간 넘게 오면 용량을 초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인류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감축과 함께 200년은 내다보는 재난 대응 시스템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