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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미스터트롯 |
처음 신동들이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며 나타났을 때부터, 나는 이 날을 걱정했던 것 같다.
최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는 유소년부의 홍잠언, 임도형이 탈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두 사람은 남승민, 정동원과 팀을 이뤄 본선 1차 팀 미션에 참여했다.
‘승민이와 국민 손자들’이란 팀명으로 무대에 선 네 명은 송대관의 ‘네 박자’를 불렀는데,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은 아이들의 목소리는 다소 낮은 음역대의 곡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사위원 장윤정은 “예쁘고 귀엽다고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며 “이런 냉정한 평가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자신도 6살 아이를 둔 엄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의 칼 같은 말에 어떤 아이는 굵은 눈물을 흘렸고, 또 어떤 아이는 울지 않으려 애써 버텼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너무나 괴로웠다.
비교되어야 할상대가 어른이라는 점, 나는 그것이 너무나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린애가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역대는 물론 노래 가사에 담긴 정서까지, 그 나이엔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기 힘든 게 ‘정상’이니까. 어른에 비해서 미숙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하니까 말이다. ‘어린애 치곤 잘해서’ 신동인 거다. 그런데 이 점을 간과하고 아이들과 어른을 경쟁상대로 붙였다.
거꾸로 어른이 어린이와 동요로 겨뤄 어린이를 이길 수 있을까? 동요대회에서 어른과 어린이가 붙는다면 어린이가 이기는 것이 당연지사이듯, 이 ‘트로트 전쟁’의 승리자가 ‘어른’일 것이란 건 불 보듯 훤하다.
두 명은 떨어지고 두 명은 남았다. 그나마 홍잠언, 임도형에게는 작곡가가 “원하면 언제든 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이 떨어졌을 땐 어떤 말로 달래려나?
탈락이란 소릴 듣자마자 “저는 공부가 길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 임도형. 그의 말을 어른들은 그냥 웃어 넘겼지만 말 한 마디에 아이가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오디션 공화국’ 대한민국. 경쟁사회에 학을 떼면서도 경쟁을 즐거워하는 신기한 사람들이다. 어린이들까지 이런 전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건 이해하겠지만, 장르의 특성상 어른과 아이의 기량이 분명히 차이나는 대결에서는, 비슷한 연령대끼리 대결을 시켜 주길 간곡히 바란다.
정은진 기자 jej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