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양팡, 양팡 인스타그램

지난 27일 밤, ‘2019 아프리카TV 대상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그리고, 해당 시상식은 다음 날 오후까지도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다. 대상 수상자인 BJ엣지, 쯔양, 양팡 등의 이름이 수시로 실검을 오르내리며 그 파급력을 짐작케 했다.

비단 이 날 뿐 아니라, 올해는 유독 아프리카TV에서 발생한 일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일이 잦았다. 아프리카BJ가 대중매체에 출연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쯔양의 경우 ‘SBS 생방송투데이’에 고정으로 출연하는가 하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도 출연하며 공중파로 지평을 넓혔다. 실은, 아프리카TV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BJ 몇몇의 이름쯤은 알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소수’의 문화가 아닌 것이다.

아직까지도 ‘아프리카TV’가, 인터넷 방송이 낯선 당신. “아프리카 시상식이 뭔데 검색어에 떠 있지?” 라고 외쳤을 당신을 위해, 2019년 한 해 인터넷 방송계에서 발생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추려보았다. 그저 ‘이런 세계가 있구나’ 라는 느낌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 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논란

방송 중 성희롱 발언으로 자숙했던 감스트, 몰라보게 마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감스트 방송 캡쳐

안타깝게도 올해 인터넷 방송계에서 발생한 사건 중에는 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많았다. 실은, 인터넷방송이라는 곳은 심의에 있어 대중매체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곳이다. 성적인 발언이나 욕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기 때문에 TV만 주로 보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깜짝 놀라실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이 곳에도 ‘선’이란 것이 존재하는 법이다.

올해 성적인 문제와 관련해 큰 홍역을 치른 스타는 ‘감스트’다.축구 중계를 맡기도 하고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던 BJ 감스트는 이 ‘선’을 넘는 바람에 논란이 됐다. 그는 BJ외질혜, 남순과 개인 방송을 진행하던 중 다른 여성 BJ를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방송에 참여한 멤버 전원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이들은 하루 온 종일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외질혜와 감스트는 각각 사과 영상을 올린 뒤 한동안 방송을 중단했다.

2개월이 지나 나타난 감스트는 몰라보게 마른 모습으로 충격을 줬다. 그는 자그마치 30kg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스트는 복귀 방송에서도 “사건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라고 고개를 숙였으며 이후 방송을 지속하고 있다. 한 차례 논란이 있어서일까, 감스트는 2019 아프리카 대상에서 수상했지만 시상식 자체는 불참했다.

그래도 감스트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한 케이스다. 최근 아프리카 남자 BJ 몇 명이 생일축하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신입 여자 BJ를 집단으로 성희롱 한 사건이 있었지만, 해당 사건은 누구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또한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약 2년 동안 공중화장실 등에서 여러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모 BJ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터넷방송 팬이 모인 디시인사이드 인방갤에서는 이에 “인터넷 방송 갤러리는 결코 몰카 성범죄 BJ를 지지하지 않으며 수사기관 및 언론에 최대한 협조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내고, 해당BJ를 비판하기도 했다.

■ 덕자·턱형 논란

아프리카TV 캡쳐

아마 올해 일어난 인터넷방송계 사건 중 가장 크게 공론화가 된 사건이 아닐까 한다. ‘덕자전성시대’의 BJ 덕자가 ‘턱형’과 수익배분에 있어 불공정한 계약(5:5)으로 피해를 받아왔으며, 계약에 따라 유튜브를 턱형에 양도하고 아프리카TV에서도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

해당 방송 이후 턱형 측도 해명방송을 진행했으나 유튜브 계정 탈취나 5 대 5 계약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아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턱형과 덕자는 ‘계약서를 보았는지의 유무, 방송 관련 지원 내역’ 등으로 의견차를 보이며 대립하고 있다.

덕자를 돕기 위해 유튜버 ‘정배우’가 합세하고 변호사들도 힘을 보탰다. 그 결과 덕자의 사연은 11월,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27일, 2019 아프리카 TV 대상에서 수상한 덕자는 그간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 눈물을 보였으며, 이후 인터넷에 글을 올려 방송 복귀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 팬과의 트러블

크레용팝 엘린, 엘린 인스타그램

일반적인 연예인과 팬은 ‘그저 바라보아야만 하는 사이’지만, 인터넷방송 스타와 팬은 은근 가까워질 여지가 많은 관계다. 인터넷방송의 팬은 BJ의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대가(별풍선)를 지급한다. 연예인과는 ‘공방(공개방송) ’한 번 뛴대도 눈맞춤 한 번이 어려운데, 인터넷방송 BJ는 별풍선을 쏘는 순간 ‘내 이름(대개 실명이 아니지만)’을 불러준다. 어느 쪽이 더 중독성이 높을까, 당연 후자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BJ에게 투자한다. 실제로 올 7월, 아프리카TV의 BJ핵찌는 무려 1억 2천만원 상당의 별풍선을 팬으로부터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별풍선이 오가다 여기에 (스타든 BJ든) 누군가의 마음이 담기기 시작하는 순간, 트러블이 발생한다. 크레용팝 엘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월, 크레용팝 엘린은 이른 바 ‘로맨스 스캠’ 가해자로 지목받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그녀의 열혈팬은 “엘린에게 무려 10억 여 원 상당의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그 여 BJ에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라는 글을 올렸다. ‘로맨스 스캠’은 온라인상에서 호감을 표시하고 재력이나 외모 등으로 신뢰를 쌓아 돈을 착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열혈팬은 엘린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가지고 별풍선 등을 제공한 것인데, 엘린은 이를 이용해 사기를 쳤다고 주장한 것.

처음 이를 강하게 반박하던 엘린은 이후 “1년의 시간 동안 A씨가 이성적인 감정을 갖고 제게 잘해준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나 역시 이에 호응했다, 하지만 10월 초 고백을 했을 때는 방송이 잘 되던 단계였고,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 후 A씨는 한달 동안 진실을 말하고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줬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후 엘린은 자숙을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인터넷방송계를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크레용팝 멤버들이 모두 출연했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외에도 양팡의 경우 열혈팬이 자살소동을 벌여 마음고생을 한 바 있다. 인터넷 방송에 있어 BJ와 팬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는지,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었던 사례들이라 할 수 있겠다.

■ 정리를 마치며

물론 아직도 몇몇 이들에겐 인터넷방송이 ‘머나먼 세계’의 이야기일 수 있다. 왜 친분도 없는 이의 방송을 보면서 그 사람에게 돈을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젊은이들은 BJ에 열광하고 있고, 또 스스로 BJ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인터넷 방송’이 젊은 세대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인터넷 방송’ 종사자들과 시청자들 모두, 내년에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건·사고 없이 평안한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바란다.

정은진 기자 jej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