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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민공원으로 봄소풍을 나온 부산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국제신문DB |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봄기운이 완연해지며 설레는 현장체험학습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잔뜩 얼어붙은 모양새인데요. 현장학습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탓입니다.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취소·축소하는 학교가 잇따라 법원 판결 이후 교육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됐죠.
가장 큰 원인은 안전사고에 따른 법적 분쟁 우려에 있습니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한 테마파크로 현장학습을 간 6학년 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지난 2월 춘천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담임교사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장체험학습 때 사고가 나면 교사 책임’이라는 선례가 생겨 교사 대부분이 법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월 부산교사노동조합이 부산지역 교사 1058명을 대상으로 현장학습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응답 교사의 55%는 현장학습 전면 폐지를 원했죠.
전국적으로도 비슷합니다. 지난 2월 교사노조연맹이 유·초·중·특수교육 교원 9692명을 상대로 ‘현장학습 대응 마련 설문조사’를 하니 96.4%가 ‘교사와 학생의 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올해 현장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81%나 됐습니다.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 개정된 학교안전법이 오는 6월 21일부터 시행되지만 벌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개정안은 ‘체험학습 중 학교장이나 교직원이 학생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법안에서 명시한 ‘안전조치 의무’ 기준과 책임 범위가 모호한 점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와 관련해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23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사의 고충은 학생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일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교육 활동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교원의 소송 비용 등 법적 지원에도 최선을 다해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풍토가 조성되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 현장체험학습 안전관리 조례’를 제정 중”이라며 “안전보조인력 배치 경비를 추경으로 편성해 2학기에 지원할 예정이고, 현재 운영 중인 안전요원 인력풀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행정지원본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산교사노조는 법적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현장체험학습이 관리자의 강요와 학생·학부모의 요구로 진행된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부산교사노조 이회란 사무처장은 “현장학습을 계획·주도하고 책임지는 교사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며 “현장학습 시행 여부부터 계획 단계까지 교사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학교안전법 개정안에서 명시한 ‘안전조치 의무’ 기준과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면 좋겠다”며 “교사가 안전 수칙을 지키고 심각한 과실이 있지 않을 때는 면책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