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노’입니다. 입사 두 달이 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어요. 바로 출·퇴근길 정체.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 “부산도시철도(지하철)와 BRT를 달리는 버스 중 누가 얼마나 빠를까?” BRT는 주요 간선도로에 설치한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말해요.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치했죠. 선배들과 함께 직접 출·퇴근길을 비교해봤습니다.

라노가 지난 21일 29번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 스탑워치를 초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래 사진은 도로가 막히자 31번 버스를 뛰쳐나와 직접 도로를 내달리는 라노의 모습.

Round 1.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서면(내성~서면 BRT)

우선 퇴근길. 쉑쉑버거를 먹으러 지난 21일 국제신문에서 나와 서면 쉐이크쉑(삼정타워)으로 향했어요. 저는 BRT 구간을 달리는 29번 버스, 선배는 지하철 1호선을 이용했습니다. 오후 6시 12분 교대역 3번 출구에서 동시 출발. 결과는? 지하철 승. 선배들은 삼정타워에 6시 35분 도착. 저는 7분 늦은 6시42분 도착했어요. 각각 22분과 28분 소요. 도보를 제외하고 온전히 교통수단을 이용한 시간은 지하철 10분, BRT(버스) 16분. 지하철 팀이 더 빠르긴 했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약속 장소가 달라지면 도보거리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을 정도였어요.

Round 2. 벡스코~국제신문(내성~중동 BRT)

출근길도 확인해봐야겠죠? 지난 22일 선배들과 벡스코 오디토리움 앞에서 만났습니다. 오전 8시 6분, 동시에 회사로 출발! 저는 31번 버스, 선배들은 동해선을 탔어요. 결과는? 지하철 팀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국제신문 빌딩 1층에 선배들은 8시 40분, 저는 8시 54분에 도착. 각각 34분, 48분이 걸렸습니다. 탑승시간만 따지면 간격은 더 벌어집니다. 지하철은 13분, 버스는 33분으로 무려 20분 차이. 이유는? 막판에 버스가 BRT 구간을 벗어난 게 영향이 컸습니다. 시내버스가 동래역 부근에서 일반 차도로 들어서니 엄청 막히더라고요. 코앞인 국제신문까지 10분 넘게 걸렸습니다.

부산시 BRT 추진현황 및 계획. 부산시 제공

BRT는 2015년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취임하면서 본격 추진됐습니다. 2016년 12월 ‘원동IC~올림픽교차로’ 구간이 개통되면서 막을 올렸죠. 당시 부산시는 BRT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40%인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2020년 6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죠. 수송분담률은 하루 동안 시민이 해당 교통수단을 얼마나 이용했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과연 부산시의 목표는 이뤄졌을까요?. 정답은 노(NO)!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들이닥쳤거든요. 감염병을 우려해 이동량(야외활동)이 준 것은 물론 대중교통 기피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019년 44.3%에서 2020년 40.4%로 오히려 하락. 시내버스 수송분담률도 25.2%에서 23.5%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승용차 비중은 2019년 34.4%에서 40.3%로 급상승. 계획과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린 겁니다.

2016년~2020년 부산시 대중교통수송분담률. 부산시 제공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1974년 세계 최초로 BRT를 도입해 대중교통 혁명을 이뤘습니다. 이곳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무려 80%. BRT를 통해 같은 규모의 다른 도시보다 자가용 교통량을 3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고 대기환경 보호효과도 거뒀다고 하네요. 부산시 버스운영과 이상용 박사는 “펜데믹으로 대중교통 이용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위드 코로나’가 정착하는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BRT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대중교통 이용자 증가와 함께 BRT 효과가 나타날까요? 부산은 ‘쿠리치바’처럼 대중교통 중심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라노’가 지켜보겠습니다! 이동윤·이준혁 기자 dy1234@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