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사자평 억새가 돌아왔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10-12 21:00:09
조선 실학자 신경준(1712~1781)은 한반도 산줄기를 1대간(백두대간)·1정간(장백정간)·13정맥으로 나눕니다. 분류 기준은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태백산에서 낙동강과 어깨동무하고 남쪽으로 뻗은 낙동정맥은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 이상의 산 9개와 조우합니다. 산악인들은 재약산(1108m)과 천황산(1189m)의 동쪽인 ‘사자평’에서 영남 알프스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믿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1971년 일본 알프스인 호다카다케(3190m)를 등정한 부산 원로 산악인 고(故) 성산(1934~2010) 씨와 곽수웅(76) 씨는 화전민의 삶터였던 사자평 고사리마을에서 밤새 술잔을 기울이다 의기투합합니다. “19세기 영국인 측량기사 해리 고든이 알프스 산맥을 빗대 일본 알프스라는 이름을 지었다. 우리는 영남 알프스라 부르자.”

국내에서 가장 높고 큰 습지가 바로 축구장 100개 면적인 밀양 재약산의 사자평(산들늪). 희귀 식물군락은 물론 은줄팔랑나비·삵·하늘다람쥐·담비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요즘 사자평 억새가 장관입니다. 한때 등산객들의 발길에 훼손됐다 2010년부터 복원이 진행된 결과. 사자평 습지에는 동·식물이 분해되지 않고 진흙과 함께 쌓여 있는 지층인 ‘이탄층’도 있습니다. 이탄층은 평소에는 물을 머금고 있다가 날이 가물 때는 물을 빼내면서 ‘수원’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이런 이탄층이 1㎝ 정도 쌓이는데 100년 이상이 걸립니다. 자연을 훼손하는 건 쉬워도 되살리는 데는 무척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걸 사자평은 증명합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세계 습지의 85%가 손실(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합니다. 억세가 너울너울 춤 추는 장면을 만끽하면서 환경의 소중함도 되새기는 산행 되시길 바랍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은 얼음골케이블카 추천!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억새가 장관을 이룬 밀양 재약산 사자평 억새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