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목숨값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10-13 21:34:00
“열아홉 살 구의역 김 군에게 주어진 목숨값은 겨우 7900만 원이다. 화천대유(에서 퇴직한) 곽상도(의원)의 아들은 어지럼증 위로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연설(지난 10일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 서울합동연설회)이 SNS에서 화제입니다. “최근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하다 줄이 끊겨 숨진 28세 가장은 보상금으로 단 1억3000만 원을 받았다. 목숨값이 1억 원이 안 되기도 하고 또 1억 원이 겨우 넘기도 하는데 뉘 집 자식은 50억 원이라고 뻔뻔하게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후진국. 매년 일터에서 수 백~수 천명이 죽어나갑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용혜인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노동재해 사망자는 1만195명.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사망자(8181명)보다 2014명(24.6%) 많습니다. 은폐된 산업재해까지 합치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는 훨씬 많을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재해를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했다가 적발한 사건이 무려 4646건. 이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58.6%(2723건)을 차지. 부산항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전국 항만의 산업재해(2017~2021년) 가운데 39.4%가 부산항(부산항만공사 관할)에서 발생. 최근 5년간 부산항에서 7명이 사망하고 75명이 중경상.

매일 마주치는 택배·배달기사의 스트레스도 심각합니다. 지난해 택배사가 포함된 유통물류업의 업무상 질병 노동자는 2019년 대비 7.5% 증가한 1369명. 사망 원인을 분석했더니 심장질환(47.7%) 뇌혈관 질환(34.3%) 정신질환(7.0%) 순서. 지난해 야간 근무를 한 뒤 숨진 고(故) 장덕준 씨 유가족이 야간노동 제한이 담긴 ‘쿠팡 규제 법안’ 제정을 국회에 촉구한 이유입니다. 노동자에게 직장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제공하는 곳이지 ‘죽을 자리’가 아닙니다. ‘목숨값 흥정’은 언제쯤 사라질까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김군’의 5주기였던 지난 5월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합뉴스